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방안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이른바 K-칩스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변죽만 울리다 용두사미로 끝났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 의지에 부합해 반도체 특위까지 구성하고 대기업 20%, 중견·중소기업 25~30%씩의 세액 공제방안을 담은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초부자 감세’라는 야당의 프레임에 걸려 4개월간 표류 끝에 대기업 공제 폭만 2%포인트 찔끔 인상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업계의 숙원인 ‘수도권 대학 반도체 학과 증원’은 특혜시비 우려로 없던 일이 됐다.
국가 명운이 걸린 정책은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할 때가 있다. 미국이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를 보유하고 있는 대만의 안보에 공을 들이는 데서 보듯 반도체는 ‘산업의 쌀’을 넘어 국가 전략자산이 된 지 오래다. 미국이 반도체 투자의 25%를, 중국은 100%까지 공제해 주는 등 전 세계가 반도체 지원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반도체 한 품목이 국가 경제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땅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과연 총성 없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한국의 반도체가 얼마나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