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냉전 막을 희망…미·중 한쪽만 선택할 필요없다"

[신년 인터뷰]왕이웨이 인민대 교수①
"韓, 선택적 디커플링으로 실익 찾아야"
"미중 신냉전, 과거 냉전과 달리 '자본 경쟁'"
"中경제 美수준 성장시, 신냉전도 마무리"
  • 등록 2023-01-04 오전 5:00:00

    수정 2023-01-04 오전 5:00:00

[베이징=이데일리 김윤지 특파원] “한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참가국이자 디지털 세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로서 신냉전 시대의 본격화를 막을 수 있는 희망이 될 수 있다.”

중국의 대표 외교전략전문가로 꼽히는 왕이웨이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2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 시대’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위치를 묻자 이처럼 답했다. 왕 교수는 2017년 유럽연합(EU)이 유럽연구에 뛰어난 업적을 보인 학자에게 수여하는 ‘장 모네 석좌교수’로 선정되는 등 치링허우(七零後·1970년대 출생) 세대 국제관계 학자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전략적 경쟁을 넘어 오늘날 신냉전으로 확대됐다. ‘무역 전쟁’에서 시작된 두 강대국의 날 선 대립은 안보, 기술, 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왕 교수는 신냉전 시대 한국과 EU(유럽연합) 등 주변국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아메리칸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고수하는 등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보기 어렵다”면서 “한국은 주권국으로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사안에 따라 선택적인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결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중 신냉전 시대를 맞아 한국과 유럽연합(EU) 등이 특정 진영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으나, 미국의 대중 견제 노선을 그대로 따를 것이 아니라 장기간 이어질 신냉전 구도에서 자주성을 바탕으로 실익을 챙겨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는 또한 과거 냉전 시대와 달리 신냉전은 첨단 기술의 디커플링(탈동조화) 등 자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전망하듯 2030년 이후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과 비슷해지면 미중 신냉전도 자연스럽게 전략적 평화로 끝맺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왕이웨이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 “中≠구소련…신냉전, 이념 아닌 자본 충돌”


왕 교수는 ‘신냉전’이란 주제에 앞서 “‘신냉전’이란 개념이 ‘중국=구소련’이라면 동의할 수 없다”며 중국과 구소련을 동일 선상에 놓을 수 없다는 전제를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성 등 현재 중국은 구소련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미국 또한 1950년대와 달리 매우 정치·사회적으로 양극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른바 ‘전략적 경쟁’은 국내 거버넌스가 좌우하는데, 미국이 현재 자국 내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의견을 냈다.

또한 그는 과거 냉전이 사상적 이념 간 대립이라면, 신냉전은 자본의 경쟁이라는 뚜렷한 차이가 있음을 강조했다. 반도체나 통신장비 등 중국 첨단 기술 업체에 대한 미국의 압박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북한이 과거 냉전 시대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왕 교수는 선을 그었다. 북한은 지난해 역대 최다 미사일 발사에 이어 새해 첫날부터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쐈다. 북한이 핵 위협으로 신냉전 구도를 강화한다는 시각도 있으나 왕 교수는 “미국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과 탈동조화(디커플링)에 집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북한의 핵 시위와 신냉전은 개별 사안이란 것이다.

그는 미중 신냉전의 근본적인 원인을 미국의 패권주의에서 찾았다.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은 그동안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언덕 위의 빛나는 도시’이자 ‘약속의 땅’이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과 첨단 기술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고, 미국은 자신들의 정체성이 도전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중국이 그들을 능가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1984년 대선 당시 미국을 ‘언덕 위의 빛나는 도시’로 표현하면서 미국 낙관주의를 표방했다. ‘약속의 땅’ 역시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다.

대만 문제 또한 양국 간 첨예한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식 현대화와 이를 통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장기 집권을 정당화할 새로운 목표로 내세우고, 이런 이유에서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 대만 통일을 강조하고 있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기도 했다. 왕 교수는 “대만 통일은 미국으로선 동맹 체제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짚었다.

“여력 생긴 바이든, 中 ‘위드코로나’는 희망적”

특히 지난해 양국 관계는 극단을 오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만이 중국의 침공을 받으면 미국이 군사적 개입을 하겠다”고 발언했고,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원은 미국 행정부 3인자로서 25년 만에 대만을 방문했다. 이에 시 주석은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는 거센 표현으로 미국에 경고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 해협에서 실전 훈련을 실시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11월 두 정상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 대면 회담을 진행해 한동안 단절됐던 대화의 물꼬를 텄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올해 초 베이징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왕 교수는 대화 창구의 회복에 대해 “양국 관계가 전략적 의미의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긴장 완화는 유의미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중간 선거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 변화, 북한 문제 등에서 중국과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여력을 갖게 됐다. 올해 양국 간 대립을 완화할 기회가 추가적으로 생길 수 있다. 중국도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에 변화를 주면서 국경을 개방하지 않았나. 미국 등 서방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양국 간 인적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해법은 다자주의…“中 경제, 2030년 美 수준으로”

“미국이 중국과 전 세계를 ‘냉전의 덫’으로 끌어들이고 있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시장과 세계화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은 특정 어느 국가의 편을 들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이른바 중국의 반도체 굴기 압박을 목적으로 각종 방침을 내놓으면서 동맹국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또한 자국 산업을 보호·육성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에 맞서 중국이 동등한 기반과 상생 협력을 특징으로 하는 진정한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왕 교수는 미중 신냉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겠으나 2030년대 초반 평화적 공존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근거는 중국의 경제 성장에 있다. 시 주석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밝힌 지난해 연간 GDP는 120조위안(약 2경2063조원)이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075년으로 가는 길’ 보고서에서 중국이 경제성장률 둔화에도 2035년경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GDP가 2030년 24조5000억달러(약 3경1188조원)에서 2040년 34조1000억달러(약 4경3409조원)로 증가하는 반면 미국의 GDP는 같은 기간 27조달러(약 3경4371조원)에서 32조달러(약 4경)로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중국과 대립 구도를 구축하고 디커플링을 추진하는 등 공급망 비용을 높이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과의 디커플링이 아닌, 포괄적인 상호 연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노력은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부하들을 사지로.." 눈물
  • 근조화환..왜?
  • 늘씬 각선미
  • 청룡 여신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