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 '불변의 법칙'…초전도체株 주요 주주도 '한몫' 챙겼다

주요 주주, 약속한듯 '고점 매도' 나서
전환사채도 서둘러 주식 전환
매매 시점 뒤늦게 안 개미만 속수무책
전문가들 "주요 주주, 사전신고제 도입해야"
  • 등록 2023-08-10 오전 5:00:00

    수정 2023-08-10 오전 5:00:00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2차전지에 이어 초전도체 테마주가 급등한 틈을 타 상장사의 주요 주주들이 일제히 차익 실현에 나서 논란이다. 특히 최대주주의 지분 매도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많아 개인 투자자들(개미)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테마주 광풍이 불 때마다 되풀이되는 주요 주주들의 ‘한탕주의’를 막기 위해서는 상장사 대주주·임원의 주식 거래에 대해 사전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초전도체株, 약속이나 한듯 주요 주주 ‘차익실현’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닥시장 상장사 원익피앤이(217820)는 최대주주 원익홀딩스의 특별관계자 2명이 3만3718주(0.08%)를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이들은 지난 3일 원익피앤이 주식을 각각 주당 1만2320원, 1만3000원에 처분하며 총 4억1650만원을 현금화했다. 공교롭게도 원익피앤이 특별관계자들은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날 주식을 팔았다.

그간 8000원대 안팎에서 움직여온 원익피앤이(217820) 주가가 초전도체 테마주 바람을 타고 장중 1만4880원을 찍는 등 급등세를 보이자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지난 4일에는 일본기업 고목델타화공과 특별관계자들이 신성델타테크(065350) 주식 46만5387주(1.69%)를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신성델타테크는 고목델타화공과 합작해 만든 회사로 고목델타화공이 주요 주주다. 고목델타화공과 특별관계자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주당 최저 1만3800원에서 최대 2만5600원에 주식을 털어냈다. 이에 주요 주주의 지분율은 12.71%에서 11.02%로 낮아졌다.

덕성(004830) 역시 최대주주의 친인척인 이 모씨가 지난 4일과 7일에 총 5만3600주를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이 씨의 지분율은 기존 0.82%에서 0.72%로 낮아졌다. 덕성 주가는 3000원대에 움직이다가 이달 8일에는 장중 1만48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개미는 속수무책…주요 주주. 사전신고제 도입해야

테마주의 기존 투자자들도 차익실현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 현대엘리베이터 등이 보유한 서남(294630) 전환사채(CB)는 오는 23일 주식 108만6955주로 전환한다. 이는 발행 주식의 4.87%에 해당한다. CB전환 가격은 2392원으로, 이날 종가(7170원) 기준 3배 가까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유진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등이 보유한 파워로직스(047310) CB도 오는 24일과 30일에 주식 총 59만8538주로 전환한다. 발행 주식의 1.74%에 해당하는 규모로 전환가액은 주당 6850원이다. 이날 종가(8430원)와 비교하면 수익률이 23%에 달한다. 2차전지에서 초전도체 테마주로 수급이 급격히 쏠리며 주가가 예상치 못하게 급등하자 주요 주주와 CB 투자자들이 서둘러 현금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주요 주주의 지분 매도나 CB 투자자의 전환청구권 행사는 주가에 악재로 인식된다. 주요 주주의 지분 매각은 고점 신호로 여겨져 주가 급락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환청구권 행사 역시 신주 상장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특히 주요 주주의 지분 매각은 개미 입장에서는 손 쓸 수단 없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주주가 주가 급등을 틈타 지분을 대량 매각하는 경우 매매 시점을 알 수 없는 탓에 사실상 악재를 피해 갈 길이 없어서다.

증권가에서는 테마주 열풍에 편승한 주요 주주의 한탕주의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초전도체에 앞서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2차전지 테마주 열풍 상황에서도 상장사 대표 친인척과 임원이 주가가 급등한 틈에 지분을 팔았다가 투자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주요 주주나 임원의 매매 정보를 사후에야 확인할 수 있는 현행 공시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주주와 임원의 주식 거래에 대한 사전 공시를 의무화해 주요 주주들의 갑작스러운 매도로 인한 주가 급락을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막고자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 공시 체제에서는 테마주로 주가가 급등한 뒤 대주주가 시세 차익을 노리고 지분 매각에 나서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며 “미국처럼 주요 주주가 주식을 처분할 때 사전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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