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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대한민국 에이스 류현진(23.한화)은 지난 26일 목동 넥센전서 7이닝 4자책점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오던 연속 경기 퀄리티 스타트가 29경기에서 멈추고 말았다.
그러나 이날 류현진은 16승째를 거뒀다. 마지막 목표는 20승. 이제 4승만 더하면 또 하나의 역사를 쓰게 된다.
20승은 대단한 기록이다. 특히 팀 성적이 최하위로 떨어져 있는 한화 입장에선 마지막 자존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류현진의 20승이 한화의 전부일 순 없다. 개인의 기록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화가 앞으로 어떻게 강해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한화는 올시즌에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더 아픈 것은 뾰족하게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시즌이 끝난 뒤에도 이렇다 할 전력 보강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 고교랭킹 1위 투수인 유창식을 제외하면 당장 힘이 될 수 있는 선수를 보강할 길이 마땅치 않다. FA도 트레이드도 쉽게 나서기 어려운 것이 한화의 현실이다.
결국 승부는 내적 성장에 기대볼 수 밖에 없다. 현재 있는 선수들이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때 한화도 달라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선수가 부족한 현실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좀 더 많은 기회를 주며 가능성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류현진 등판 경기는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무대다. 부족하지만 힘을 하나로 모으면 이길 수 있다는 걸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화의 젊은 선수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찬스가 또 있을까?
에이스에게 꼭 승리를 안겨주겠다는 각오도 자라난다. 한화 선수들에게도 류현진은 자존심의 또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한화 한 코치는 “현진이가 나오는 날은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고 이기고 싶다는 의욕도 훨씬 커지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류 현진 등판경기는 한화 선수들에게 팀이 되어 이기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류현진이 아무리 빼어난 공을 던져도 혼자 힘으로는 이길 수 없는 것이 야구다. 그가 던진 공을 누군가는 받아줘야 하고, 상대의 공을 때려내야 이길 수 있다.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 좀 더 과감한 선수 기용이 필요한 이유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무명 선수가 한국 최고 투수와 함께하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 된다.
혹 여 실수를 하더라도 상관 없다. 그 실수가 결국 패배로 이어지더라도 경기 후엔 더 큰 무언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로테이션과 보다 과감하고 폭넓은 선수 기용이 류현진의 20승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팀의 입장에선 보다 큰 기회가 될 것이다.
류현진은 최근 이데일리 SPN이 진행한 ‘달인 야구를 말하다’에서 이런 말을 했다.
그리고 그는 말을 좀 더 이어갔다.
“투수가 그런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막아주면 결국은 야수들에게 도움을 받게 된다. 더 열심히 해주려 하기 때문이다.”
류현진을 에이스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다. 그는 자신의 1승이 아니라 팀의 승리를 위해 던지는 투수다.
류현진은 송진우 구대성 정민철 등 최고의 선배들이 어떤 자세로 마운드에 올랐는지 가까운 곳에서 지켜봐 온 투수다. 그의 ‘에이스 다움’은 살아있는 전설들이 남긴 유산이다.
다시 말하지만 한화는 내년에도 특출난 개인들의 힘으로는 이기기 힘든 팀이다. 그러나 하나가 된 팀으로서는 보다 강해질 수 있다. 선수들이 함께 이기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류현진의 등판 일정을 두고 말들이 많다. 갑자기 8,9일만에 마운드에 오르는 일들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 투수코치는 상대팀 선발 로테이션 분석이 중요한 업무 중 하나”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류현진이 원해서 생긴 일이 아니다. 그의 승리를 위해 조금이라도 여유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코칭 스태프의 배려다.
제자 아끼는 마음을 탓하고 싶진 않다. 다만 좀 더 많은 제자들이 한뼘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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