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희의 이게머니]'닥터쿠퍼' 10년만에 최고가…톤당 1만달러 돌파하나

코로나 백신에 전기車 등 친환경 수요까지
정제마진 하락에 구리 공급은 제한적
"구리 값 더 오른다" vs "상승세 과도해 하락"
  • 등록 2021-02-28 오전 7:00:00

    수정 2024-04-01 오전 10:19:55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경기전망 적중률이 어지간한 경제전문가들보다 낫다고 해서 일명 ‘닥터 쿠퍼(Copper)’로 불리는 구리 가격이 10년 만에 최고점으로 올라섰다. 인플레이션 헷지 자산으로 원자재가 인기를 끌면서 시중 유동성이 구리 값을 상승시키고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산 등 경기 회복에 수요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구리 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구리는 건설, 전자제품 등 안 쓰이는 곳이 없어 경기 회복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표로 알려져있다. 구리 값 고공행진이 경기 회복의 신호탄이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구리 값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출처: 런던금속거래소(LME) 3개월물
◇ 구리, 1만달러 넘게 오를 듯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3월 인도분 구리는 파운드당 4.29달러에 거래됐다. 메트릭 톤(이하 톤)으로 환산할 경우 9200달러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종가 기준으로 2011년 8월 3일(4.33달러) 이후 9년 6개월래 최고치다. 구리는 작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에 장중 2.05달러까지 하락했으나 그 뒤 우상향을 그리면서 가격이 두 배 이상 폭등했다. 올 들어서도 22.2% 상승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3개월물 구리도 톤당 9260.50달러로 마감해 연초 이후 19.4% 올랐다.

구리 값은 왜 오른 것일까. 일단 수요가 공급보다 더 증가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나탈리 스콧-그레이 스톤엑스(StoneX) 금속 애널리스트는 “올해 구리 수요가 작년보다 약 5%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2.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망대로라면 구리는 20만톤 가량 부족하게 된다.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에 런던금속거래소에 등록한 구리 재고는 19일 현재 7만5700톤으로 15년래 최저 수준에 가깝다.

구리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미국,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활발해지면서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미국은 물론 구리 최대 소비국 중국에서도 인프라 투자가 활발한 데다 ‘친환경’ 정책 강화에 전기자동차 생산 등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자동차 생산에는 구리 등이 필요적이다. 또 구리는 코로나19 속에서도 수요가 유지될 수 있는 원자재 중 하나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식당, 여행, 여가 등에 돈을 쓰기보다 인테리어, 전자제품, 자동차 등에 돈을 쓰면서 구리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반면 구리 채굴, 정제 등 공급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코로나19로 인해 구리 채굴이 쉽지 않은 데다 이를 정제할 경우 정제 마진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리 정제 마진은 22일 현재 톤당 50.16달러로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수요가 증가한 만큼 단기간에는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등의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선 구리가 많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 최대 원자재 중개업체 글렌코어인터내셔널의 이반 글라센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지구 온도를 연간 1.5도 상승으로 제한하기 위해선 광산업계가 지금부터 2050년까지 연간 100만톤의 구리를 추가로 생산해야 한다”며 “다만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생산량은 50만톤 증가해 공급 대응이 전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은 구리 값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구리의 12개월 목표치를 톤당 1만500달러로 높였다. 씨티는 몇 달 내 1만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구리 값이 파운드당 4.54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리값, 단기적으론 하락 전망”

구리 값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JP모건은 이달초 구리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변경했다. JP모건은 올해 1분기 구리 현물 가격이 톤당 평균 7700달러에서 4분기엔 6500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타샤 카네바 JP모건 글로벌 상품시장 책임연구원은 “슈퍼 사이클이 시작되려면 총 수요가 최소 20% 이상 증가해야 하는데 중국, 유럽연합(EU), 미국의 정책 지침을 보면 구리에 대한 친환경 수요는 2030년대초반까지 이 수준을 넘지 않는다”며 “올해부터 2025년까지 약 170만메트릭톤의 구리가 추가 채굴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메르츠방크도 단기적으론 가격 조정을 예상했다. 다니엘 브리즈만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는 “현재 금속 가격이 투기에 의해 큰 폭으로 오르고 있고 상승세가 과도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춘절이 끝난 이후 구리에 대한 순매수 포지션이 늘어났단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상하이선물거래소의 구리 순매수 포지션이 10만계약 이상이라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리 비관론자들 사이에선 중국을 변수로 본다. 중장기적으론 구리 값이 오르겠지만 단기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중국이기 때문이다. 콜린 해밀턴 BMO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단기적으로 상품 가격을 주도하고 있다”면서도 “중국의 통화정책이 정상화될 경우 중국이 가격을 떠받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씨티는 “수년간 구리 가격은 중국 수요에 따라 변동돼왔는데 올해는 서유럽 국가의 구리 소비 등도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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