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에셋플러스 펀드에 삼성전자가 없는 까닭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인터뷰
1억→156억원, 남다른 통찰력로 성공 신화
"노력 없는 패시브 펀드, 시장 충격 우려"
CAPEX 비중 높은 반도체…"역량 강화 필요"
ESG 펀드 없지만 수상…"본질 집중해야"
  • 등록 2021-04-07 오전 1:00:00

    수정 2021-04-07 오전 7:34:03

[판교(경기)=이데일리 김윤지 이은정 기자] “패시브 펀드 탓에 게으른 펀드 매니저나 기업에도 자금이 간다. 돈은 노력하는 쪽에 가야 한다. 삼성전자(005930)를 ‘에셋플러스 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에 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조화 상품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가 생겼듯 패시브 펀드가 블랙스완(극단적으로 예외적이어서 발생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주는 것을 의미)이 될 수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지난 5일 판교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사옥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패시브 펀드에 대해 이처럼 일침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순자산총액 41조원이었던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은 이달 초 기준 57조5100억원 수준으로 3년새 40.25% 성장했다. 공모 펀드 시장이 침체인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일반 액티브 펀드 보다 수수료가 저렴하고 손쉽게 사고 팔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이다.

강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평균을 쫓는 패시브 펀드 때문에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 투자가 발생하고, 건강하지 않은 기업으로도 자금이 향하면 시장 왜곡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패시브 펀드는 추종하는 벤치마크(benchmark) 비중대로 투자한다. 코스피200처럼 지수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주가가 상승해야 한다. 투자자는 지수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가격이 비싼 종목을 사들일 수도 있다. 강 회장은 “그것이 패시브 펀드의 진실로 자본시장에서 악마가 가는 길”이라고 표현했다.

“동학개미 PICK 삼전, 비즈니스 모델 변해야”

강 회장은 남다른 통찰력과 판단력으로 금융투자업계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1990년대 외환위기 당시 1억원 종잣돈을 약 2년 만에 156억원으로 키운 일화가 가장 유명하다. 2008년 설립한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2일 현재 설정액 1조3000억원 수준인 중소형 운용사이지만, 소수펀드 원칙을 지켜나가는 가치 투자 하우스로 정평이 나있다. 일찌감치 직접 판매에 나섰고, 여의도가 아닌 판교에 사옥을 짓는 등 남다른 행보도 강 회장이라 가능했다.

코로나19 이후 참전한 ‘동학개미’들에 대한 조언도 색달랐다. 지난해 개인 투자자들이 하락장에서 과감히 베팅한 용기의 대가로 높은 수익률을 거뒀지만, 자칫 ‘과정이 생략된 좋은 결과’가 장기적으로는 투자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삼성전자(005930)에 대한 그의 ‘관점’이 대표적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연초 이후 4월 6일까지 약 17조6000억원치(우선주 포함)를 사들일 만큼 ‘국민 종목’이다. 하지만 ‘에셋플러스 코리아리치투게더’에는 삼성전자가 없다.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 20%를 넘어서면서 평균을 좌지우지 하기 때문이다. 평균 이상을 추구하는 액티브 펀드 운용사로서 당연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자 1(주식) 종류C’의 3개월 수익률(KG제로인, 1일 기준)은 17.03%로, 동일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5.70%를 훨씬 웃돈다. 1월 초 주당 9만원대까지 올라갔던 삼성전자가 이후 8만원대로 내려오는 등 조정을 받으면서 대다수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도 밋밋해졌지만 에셋플러스는 이를 비켜간 것이다.

삼성전자의 비즈니스 모델에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게임과 인터넷 등 플랫폼 기업과 달리 제조업은 설비투자(CAPEX)를 이어가야 한다. 반도체는 제조업 핵심 먹거리로 꼽히지만 이런 이유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비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으로 삼성전자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면, 이제 반도체에 더해 스마트 모빌리티 등으로 역량을 키워야 탄력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강 회장은 “개인 투자자가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주를 투자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위대한 기업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늬만 ESG는 경계, 본질 충실해야”

업계 전반으로 유행처럼 번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대해서도 그는 할 이야기가 많았다. 지난해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연례 서한에서 ESG를 강조한 이후 코로나19와 맞물리며 ESG는 날로 강조되고 있다. 이에 운용사들은 앞다퉈 ‘ESG 펀드’를 내놓고 있다. 반면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소수펀드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다. 2019년 출시된 ‘에셋플러스슈퍼아시아리치투게더’ 펀드가 가장 최근 설정된 펀드다.

강 회장은 “합리적인 소비자는 가치와 친환경을 중시 여긴다는 점에서 ESG가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경영’은 당연한 이야기”라면서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ESG 펀드’가 없지만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지난 2월 KG제로인 펀드어워즈에서 ESG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ESG 펀드 수익률을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출시한 펀드에 담은 종목이 ESG 기준에 맞는지에 따라 점수를 산출했는데, 에셋플러스운용은 주류, 무기, 담배, 도박 등 죄악주 비중이 낮았다. 일찌감치 에셋플러스운용이 내세운 3가지 원칙, 즉 △미래에 적응 가능한 기업, △비즈니스 모델이 좋은 기업, △삶을 지탱하는 불황을 즐기는 기업이 ESG와 맞닿아 있던 것이다.

그는 “ESG라는 명칭보다 중요한 것은 종목을 선택할 때부터 합리적인 소비자와 조화롭게 동행할 수 있는 기업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학개미, 이제는 ‘연금 혁명’ 일으킬 때”

강 회장은 2가지 변수가 주식 시장을 움직일 것이라고 봤다. 우선 ‘밸류에이션 정당화’다. 최근 횡보 국면에도 코스피 영업이익 예상치는 상향 조정되고 있다. 주가가 기대감을 선반영해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경기 정상화로 실적이 이를 뒷받침해주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시장을 이끄는 반도체와 배터리, 2가지 업종이 미국과 유럽 등의 도전을 받아 쉽지 않는 경쟁을 될 것이라고 그는 판단했다.

다른 하나는 개인 투자자였다. 지난해 개인 투자자의 주식 보유액이 240조원 넘게 불어나는 등 수많은 ‘개미’가 시장으로 유입됐다.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유동성 파도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투자의 즐거움을 깨달은 개인 투자자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예금과 채권 등 원금 보장형 위주가 아닌 주식형 펀드를 선택한다면 그 여파로 시장이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공모 펀드 활성화 차원에서 장기투자 펀드에 대한 세액 공제, 그리고 주식과 차별화된 양도세 한도를 제안했다. 직접 투자보다 간접 투자, 단기보다 장기 투자에 정착해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동학개미’가 빚을 내면서까지 주식 시장에 뛰어들어 상승세를 이끌었다면, 올해는 확정금리형 연금 상품을 주식형 펀드로 돌리는 등 ‘연금 대혁명’을 보여준다면 2차 유동성 장세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방천 회장은…

△1960년 전남 신안 출생 △1987년 한국외대 경영정보학과 졸업 △1987년 동방증권(현 SK증권) △1989년 쌍용투자증권 주식부펀드매니저 △1994년 동부증권 주식부 펀드매니저 △1999년 에셋플러스투자자문 설립 △2014년 서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2015년 중국 푸단(復旦)대 최고경영자 과정 △2008년~현재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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