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거리를 둬야 할 때…6인 작가의 6색 제안

아트사이드갤러리 '홀리데이 포 미' 전
광활한 자연에 묵묵히 박힌 사람 그린 티오
수천번 점찍어 세상에 없을 전경 낸 오병욱…
세상 수많은 '나'에게 휴일 제안한 작가 6인
  • 등록 2021-04-22 오전 3:40:01

    수정 2021-04-22 오전 5:14:57

오병욱 ‘섬 둘’(Two Islands·2016), 캔버스에 아크릴, 260×130㎝(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1. 과연 저런 곳이 세상에 있을까. 큰 물에 솟은 ‘섬 둘’(Two Islands·2016). 어둠도 아닌 빛도 아닌, 땅도 아닌 바다도 아닌 막막한 공간. 둘이라 외롭겠다고 할 수도, 둘이라 외롭지 않겠다고 할 수도 없는 시간.

작가 오병욱(62)은 자연을 그린다. 그런데 그게 단순치가 않다. 수천번 수만번 점을 찍어내 끌어낸 세상에 없을 광경이라니까. 들인 건 딱히 없는데 한없이 묵직한 건 점들이 만든 무게감인가. 바다도 그리고 산도 그리고 꽃도 그리지만 현실에는 없는 장면이란다. 마음을 들여다봤더니 보이는 것들이라고 했다.

#2. 순간 멈칫할 수밖에 없다. 별별 생각이 꼬리를 무니까. 붉다 못해 검게 타버린 이런 산이 어디에 있으려나. 풀 한 포기 못 키우고 나무 몇몇만 섬처럼 꽂아둔 저곳에 다다르면 뭐가 좀 있으려나. 검붉은 땅에 개미처럼 딱 붙은 저이들은 그래도 답을 얻었나 보다. 그러니 오르는 거겠지.

스페인 작가 기욤 티오(34)는 인간 존재에 대한 ‘회화적 실험’을 한다. 존재니 실험이니 해도 그리 어려울 건 없다. 무한자연에 던져진 사람이 어찌 비치는지를 그리려 했다니까. 오로지 단색만으로 숨이 턱 막히는 풍경을 배경에 들인 건 근래에 와서란다. 때론 비어버린 산에 때론 광활한 사막에 작가의 사람들은 압정처럼 박혀 있다. 저항도, 경외도 않고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는 중이랄까. 이 모두가 터프한 인생길에서 벌어지는 광경이란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을 터. 그나마 한 사람이 아닌 게 되레 현실적이다. 그래서 작품명도 ‘셋’(Tres·2019)이다.

기욤 티오 ‘셋’(Tres·2019), 캔버스에 오일, 116×89㎝(사진=아사이드갤러리)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6길 아트사이드갤러리서 여는 기획전 ‘홀리데이 포 미’(Holiday for Me)는 세상의 수많은 ‘나’에게 휴일을 제안한다. 오병욱과 기욤 타오를 비롯해 강준석·양지윤·차승언, 일본작가 히로시 고바야시 등, 신진부터 중견에 걸쳐 있는 국내외 작가 6명의 회화·설치작품 30여점을 통해서다.

동화적 묘사로 ‘마음속 이상적 풍경’ 만들고(강준석), 한지·한복천을 소재로 자연을 매달아낸다(양지윤). 섬유를 활용해 노동을 닮은 예술을 직조하고(차승언), 둥둥 띄운 인형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 또 어른과 아이의 감각을 뒤섞기도 하고(히로시 고바야시). 인생에 거리를 둬야 할 그날 생길 수 있는 장면들이라고 할까. 전시는 5월 8일까지.

강준석 ‘샤이닝’(Shining·2021), 캔버스에 아크릴, 33×24㎝(사진=아사이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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