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된 관객·와해된 시스템'…일상 회복에도 불안한 공연계

인력 수급 등 정상화 시간 필요
일부 공연장 가변석 유지
"일상회복에서 문화생활은 후순위"
  • 등록 2022-04-22 오전 12:10:44

    수정 2022-04-22 오전 12:10:44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2년 동안 코로나로 인해 공연계가 주춤하다보니 전체적인 시스템이 3분의1 정도 와해가 됐다. 공연의 경우 배우와 스태프, 기획, 마케팅 등 모든 것을 재유입하고 정상화하는 데에 최소한 2년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설도권 클립서비스 대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지만 공연계는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2년간 지지부진했던 시스템 재정비와 인력 수급, 관객 동원 등이 즉각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정부는 최근 사적모임 인원과 영업시간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사실상 공연장 운영시간은 제한이 풀렸고, 좌석 한 칸 띄어앉기 등도 자율적 시행으로 변경됐다.

공연계도 관객을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대형 뮤지컬인 ‘데스노트’가 이달 1일 개막한 이래 순항중이고, 부산에 상륙한 ‘라이온 킹’도 성황리에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연극제’와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등 예술축제도 준비 중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공연계 매출액은 3071억원으로 1721억원을 기록한 전년보다 1.8배 증가했다. 특히 3월 매출액은 277억원으로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1월에 37억 원으로 급감했던 거에 비하면 많은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공연계는 코로나 이전 상태로의 복귀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공연계 한 관계자는 “공연의 경우 관객 감염 경로가 없음에도 정책에 따라 공연 중단 혹은 재오픈의 상황을 수년째 겪어 왔다”며 “이번 거리두기 해제의 상황에서도 언제 좌석 운영 상황이 또다시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공연 운영을 지속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뮤지컬 ‘데스노트’의 한 장면(사진=오디컴퍼니).
축소 관객층 회복 가능할까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3월부터 거리두기를 도입했다. 공연장은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좌석 띄어앉기, 객석 소독 등의 방역 지침을 준수해왔다. 특히 거리두기 2.5단계에서는 기존 한 칸에서 ‘좌석 두 칸 띄어앉기’가 적용됐다. 공연계에서는 한 좌석씩 앉으면 ‘퐁당퐁당’, 두 좌석은 ‘퐁퐁당’이라고 부르는 웃지 못할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거리두기가 해제돼도 방역 지침 등은 유동적”이라며 “현재도 코로나 환자가 나오면 공연이 멈추게 되는 건 똑같기 때문에 공연계에서는 거리두기 해제가 피부로 와닿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2년간 코로나로 모든 산업이 어려움을 겪었고 공연계 역시 관객, 매출액 감소 등 직격탄을 맞았다”며 “2년간 어둠의 터널을 지나온 만큼 하루빨리 모든 게 정상화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로 멈췄던 대중의 발걸음을 다시 돌리는 일은 공연계의 숙제로 남았다. 공연 제작과 홍보 마케팅을 담당하는 마크923의 김보람 대표는 “좌석이 적은 소극장 공연의 경우 ‘좌석 띄어앉기’에 따른 피해가 더 크게 다가왔다”며 “공연의 경우 시간과 돈을 써야 하는 취미 생활이기 때문에 축소됐던 관객층이 얼마나 회복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다양한 계층이 볼 수 있는 대규모 공연들은 준비 기간만 2~3년이 걸리기도 한다. 설도권 클립서비스 대표는 “공연장은 좀 여유로울 때 오는 거라 일상 회복에서도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고 짚었다. 설 대표는 “당장 거리두기가 해제됐다고 해서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콘텐츠 수급을 매칭하기가 쉽지는 않다”며 “공연계 전체 패턴이 많이 무너져 있는 상황에서 그걸 극복하고 재정비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뮤지컬 ‘라이온 킹’의 한 장면(사진=클립서비스).
“언제든 재유행 상황 올 수 있어”

거리두기는 해제됐지만 언제든 코로나 재유행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일부 제작사가 거리두기 해제에도 가변석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공연장들은 방역 지침 단계가 격상될 것을 대비해 좌석을 일반석과 가변석으로 구분지어 운영해왔다. 단계가 격상되더라도 가변석만 취소하면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기존 예매를 유지한 채 공연을 이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매 티켓 일괄 취소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제작사가 짊어져야 했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번 거리두기 해제의 상황에서도 일부 공연장들은 가변석 오픈을 유지하고 있다”며 “일관된 정책 운영으로 공연계 안정화가 속히 이루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신춘수 대표는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지금보다는 나은 상황을 기대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코로나는 또 확산될 수 있다”며 “또다시 공연에 변수가 생겼을 때 어떻게 관리하고 대처해나갈지 관계자들끼리 모여 논의를 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재유행 상황이 오더라도 공연계 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는 바람도 이어졌다.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는 “해외의 경우는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문화예술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많이 있었다”며 “우리의 경우 거리두기가 해제돼도 자생적으로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를 입는 건 창작자나 대형 제작사가 똑같은데 지원책이 제한적인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했다. 신동원 대표는 “문화예술계에 대한 코로나 지원정책에서 대형 제작사의 경우 피해를 더 크게 입었음에도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며 “피해를 입은 제작자들이 골고루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데스노트’의 한 장면(사진=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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