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 연준의 통화정책 실패, 한국도 안심할 처지 아니다

  • 등록 2022-05-19 오전 5:00:00

    수정 2022-05-19 오전 5:00:00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40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빠지자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인플레 대응에 실기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연준 안팎에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벤 버냉키 전 미 연준 의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연준의 대응이 늦었다”며 “이는 그들의 실수”라고 지적했다. 전임 연준 의장이 현 의장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그만큼 미국의 인플레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연준의 통화정책 실패가 물가폭등뿐만 아니라 경기침체도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는 미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오는 것)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버냉키 전 의장은 “향후 1~2년간 성장률이 낮고 실업률은 약간 높고 인플레이션은 계속 고공행진을 할 것”이라며 “이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도 “앞으로 경기 침체가 1년이나 18개월까지 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통화정책의 수장인 제롬 파월 의장마저도 최근 “연착륙 달성이 당장은 어렵다”고 말했다. 경착륙(경기침체)이 없을 것이라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실제로 미국 경제는 최근 들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볼 수 있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8.3%로 두 달 연속 8%대를 기록하며 40년 만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1분기 성장률이 -1.4%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은 코로나19 확산 때 역대급 양적 완화 정책을 편 이후 긴축의 타이밍을 놓쳐 물가 폭등과 경기 침체를 불러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도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4.8% 오른 데 이어 이달에는 5%대로 높아질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것)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통화정책은 적기 대응이 중요하다. 때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 좌고우면하다가 물가도 경기도 모두 놓친 미국 연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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