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 팔릴까"…코람코에너지리츠 18개 주유소 매각에 쏠린 눈

코람코, 대구·부산 등 지방 주유소 매각
인구 수도권 쏠림·금리급등…여건 "녹록지 않아"
가전매장·물류센터·리테일 등 투자다각화
  • 등록 2022-08-03 오전 5:30:00

    수정 2022-08-03 오전 5:30:00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국내 최초 주유소 리츠인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이하 코람코에너지리츠)가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전국 18개 주유소 내 보유자산을 내놨지만 매각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요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거래가 침체된데다, 매각 대상에 지방 주유소 부지가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매각할 18개 주유소 중 13곳 지방소재…“매각 결과 지켜봐야”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람코에너지리츠는 전국 18개 주유소 내 보유자산 일체를 매각한다고 지난달 21일 공시했다.

리츠(REITs)란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운용수익 및 매각수익을 배당 또는 잔여 재산분배 형식으로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게 목적인 부동산투자회사를 뜻한다. 국토교통부 장관의 영업인가(등록)를 받아 운영한다.

코람코에너지리츠는 SK네트웍스로부터 인수한 전국 187개 직영 주유소를 임대해서 투자자에게 공모가 기준 연 6%대 배당을 주는 것이 목표로 설립됐으며 지난 2020년 8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코람코에너지리츠는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해 보유 주유소를 매각하는 등 초창기 청사진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작년에는 보유 주유소 27곳을 개별 매각한다고 공시했고, 올해에도 18개 처분에 나섰다. 지방 부동산을 매각해서 서울 및 수도권 자산들 비중을 높이고, 개발할 수 있는 부지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작년에 매각 대상이었던 주유소는 ▲대전시 대덕구 현대오일뱅크 신탄진주유소 ▲대구시 수성구 현대오일뱅크 범물셀프주유소 등 지방 거점 주유소들이다. 코람코에너지리츠는 작년 부산 금사셀프주유소 등 지방 소재 17개 주유소를 팔아 14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는 ▲대구 공단제일(대구 달서구 호산동 720-2) ▲부산 괴정제일셀프(부산 사하구 괴정동 273-3, 273-4) ▲경남 거북셀프(경남 통영시 북신동 663-8) 등 18곳에 대한 매각에 나섰다. 희망 매수인들은 오는 31일 오후 6시까지 매수의향서(LOI)를 작성해서 봉인된 상태로 코람코자산신탁 본사에 접수해야 한다.

용도전환·복합개발·포트폴리오 교체

코람코에너지리츠는 이번에 18개 주유소를 매각해서 번 돈을 ▲주유소 복합개발 ▲주유소 부지에 타용도 임차인 유치를 위한 용도전환 ▲보유자산의 포트폴리오 개편(신규자산 편입 등 부동산관련 투자) 등에 쓸 계획이다.

하지만 매각할 자산 중 대다수가 지방에 있어서 매각이 순조로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전체 18곳 중 서울(2곳), 경기도(3곳)에 있는 주유소를 제외한 13곳이 모두 충북, 강원, 대구, 경북, 경남, 부산 등 지방에 있다.

최근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악화된 데다 수도권 인구쏠림 현상이 심해져 지방 부동산 투자가 위험하다는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작년 수도권 인구는 2605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전체 5175만명 인구 가운데 절반(50.3%)이 서울·인천·경기도 등 수도권에 거주한다는 의미다. 통계청은 앞으로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지속되면서 2030년에는 수도권 인구 비중이 5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해 세종, 제주, 경기, 충남, 충북, 인천을 제외한 시도의 인구가 모두 감소했다. 특히 부산(-0.9%), 대구(-0.6%), 대전(-0.6%), 울산(-0.6%), 전북(-0.6%) 등에서 인구감소를 보였다. 인구가 줄어들면 해당 지역 부동산에 대한 수요도 자연스레 줄어든다.

이에 따라 코람코에너지리츠가 장기 보유하지 않고 매각하는 부동산은 결국 입지나 선호도 측면에서 알짜자산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람코에너지리츠는 애초 주유소 운영과 배당 지급이 주요 전략이었지만 상장 후에는 주유소 부지를 리테일(쇼핑) 시설 등으로 개발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며 “바뀐 전략에 부합하지 않는 지방 주유소를 매각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매각이 잘 이뤄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람코자산신탁 측은 지방 주유소에 대한 수요층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주유소들은 일반적으로 대로변에 붙어있는 반듯한 토지인 경우가 많다”며 “해당 지역 업체들이 보면 값어치 있는 자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지방 주유소들의 경우 우리 회사가 보유하는 것보다 지방 개발업체들이 지역에 특화된 개발을 하거나 서비스 차별화·가격 정책을 구사해 더 큰 시너지를 내는 경우도 있다”며 “이전에 지방 주유소를 매각할 때도 꽤나 좋은 조건에 매각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주유소→가전매장·물류센터·리테일로 용도변경…“투자 다각화

이밖에 코람코에너지리츠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앞서 기존 주유소의 용도전환과 복합개발로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발표했다. 코람코에너지리츠는 지역거점 주유소 3곳의 임차인을 LG베스트샵으로 바꾼다고 작년 4월 밝혔다.

경기도 안산 단원구 현대제이셀프주유소, 천안 아산 풍기동 현대아산셀프주유소, 부산 동래구 현대동래주유소 3곳을 LG베스트샵으로 용도 전환하는 것이다. 안산, 아산, 부산에 대형 가전매장을 세워서 기존 주유소 운영 당시보다 높은 임대료를 받아 투자자에게 주는 배당률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코람코에너지리츠는 서울 동작구 흑석동 셀프주유소 부지에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가 복합된 딜리버리(배달)&드라이브스루(차에서 상품을 주문하고 받는 매장) 매장 입점계약을 체결했다.

[자료=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 IR 및 미래전략 보고서]
아울러 코람코에너지리츠는 인천 물류센터, 광교 주유소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인천 서구 원창동 소재 ‘남청라 스마트로지스틱스 물류센터’를 확보했고 수원시 광교에 위치한 GS칼텍스 주유소 부지도 사들였다. 특히 남청라 물류센터에는 국내 최대 유통기업 쿠팡이 장기 임대차계약으로 들어온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향후 회사에서 단독으로 또는 타사와 새로운 협약을 맺어서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상품기획자(MD)를 구상할 단계는 아니지만 기존 주유소를 용도전환할 경우 에너지리츠 자체 구성으로도 수요 높은 브랜드를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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