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이 주로 중계무역 순수출로 이뤄지기 때문에 IT업황 악화에 따라 덩달아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9월과 11월엔 30% 가량 급감하며 반도체 업황 침체기였던 2016년 수준의 감소세를 보이기도 했다. 중계무역 순수출은 상품수지 흑자의 효자 노릇을 해왔기 때문에 IT업황이 살아나기 전까진 상품수지 흑자 전환도 쉽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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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계무역 순수출, 석 달 연속 감소세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계무역 순수출은 작년 11월 17억2000만달러로 전년동월비 29.4% 감소했다. 9월 30.0%, 10월 1.7% 감소, 석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9월, 11월 감소율을 고려하면 IT업황이 위축됐던 2016년 11월(32.8% 감소)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12월 중계무역 순수출도 작년 하반기 월 평균 수준(17억6000만달러)에 그친다면 전년동월비 35.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간으로 보면 2021년 221억3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에서 작년에도 비슷한 규모를 기록해 4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보일 가능성도 있지만 12월 수치에 따라 기록 경신 여부가 간당간당한 모습이다.
중계무역 순수출은 해외 현지법인이 현지에서 원자재를 조달해 만든 완제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현지나 제3국에 판매하는 형태의 무역을 말한다. 중계무역 순수출 형태를 취하는 품목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이 대부분이다. 반도체는 가공무역 형태로 주로 수출되는데 가공무역은 별도로 수치가 공개되지 않지만 이 역시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IT업황이 위축되면서 중계무역 순수출, 가공무역이 덩달아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통관 기준으로 보면 반도체 수출은 작년 8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무선통신기기와 디스플레이는 작년 12월 각각 33.1%, 35.9%나 급감하며 각각 6개월, 7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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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도 12% 급감…상품수지 적자 신세 이어질 듯
중계무역 순수출은 국경 통과를 기준으로 매기는 무역수지가 적자가 나더라도 상품수지 흑자를 만드는 요인이었으나 IT업황 악화에 중계무역 순수출이 위축되자 상품수지 적자로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역수지는 통관 기준으로 수입액에서 수출액을 빼서 작성되는 반면 상품수지는 제품 및 서비스의 소유권을 기준으로 작성돼 해외 현지법인의 제3국 수출 등 중계무역 순수출, 가공무역 등이 모두 수출로 잡힌다. 그로 인해 무역수지보다는 상품수지가 더 높게 나오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중계무역 순수출이 석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등 위축되자 상품수지 역시 적자 신세다. 상품수지 내 수출은 작년 11월 523억2000만달러로 1년 전 대비 12.3%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심했던 2020년 5월(-28.7%) 이후 최악의 감소세이자 석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은은 작년 11월 경제전망에서 작년 하반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억달러로 전망했고 올 상반기에도 2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반기에야 260억달러로 늘어나 연간 경상수지 흑자폭이 280억달러로 작년(250억달러 전망)보다 소폭 개선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반기에 반도체 등 IT업황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