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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전히 기회는 충분히 남아 있다. 아직 1경기를 더 졌을 뿐이다. 다만 이 경기를 통해 분명해진 것이 한가지 있다. 두산이 이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두산에 필요한 것은 고영민의 발, 그리고 김현수 김동주의 집중력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세명의 발과 방망이가 풀릴 때, 두산의 앞날도 풀리게 된다.
김경문 두산 감독이 17일 경기서 패한 뒤 "해줘야 할 선수들이 못해주며 어려운 경기가 됐다"고 말한 것도 같은 연장 선상에 있다.
고영민은 올시즌 도루가 7개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도 12개에 그치며 뚜렷한 하향세를 보였다. 크고 작은 부상이 겹치며 뛰는 야구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몸 상태도 몸 상태지만 부상 재발 공포도 문제다.
하지만 두산엔 여전히 그의 발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종욱과 오재원이 버티고 있지만 고영민의 발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고영민은 창조적인 주루 플레이의 선두주자다. 예측하지 못한 움직임이 그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바꿔 말하면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그래서 더욱 크게 흔들 수 있는 힘이 있는 선수다.
김현수와 김동주가 잘해야 두산이 산다는 건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다. 중심타선의 집중력이 두산의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17일 경기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컸다.
김현수는 1회초 1사 2,3루 찬스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김동주는 1-3으로 뒤진 9회초 무사 2루서 중견수 플라이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두번의 기회에서 한방씩이 터져나왔다면 경기는 전혀 다른 흐름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다.
김현수가 타점을 올린 날 두산은 32승14패라는 놀라운 승률을 올렸다. 김동주의 타점 경기서도 24승12패로 강했다.
그러나 결국 큰 승부의 해결은 김현수와 김동주의 방망이에서 나와주어야 한다. 잽을 충분히 날린 뒤 터트릴 수 있는 카운터 펀치이기 때문이다.
김현수는 타격 매커니즘의 변화를 꾀하며 에버리지가 떨어지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 김동주는 또 한번 부상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진정한 스타는 늘 빛나는 것이 아니라 빛나기 어려울 때 빛을 내는 것이 진짜 힘이다.
플레이오프 직행을 향한 얼마 남지 않은 승부. 지금의 두산을 일군 영웅들이 다시 힘을 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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