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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홍성흔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렸다. 그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5차전이 끝난 뒤 아내와 정지훈(비) 등 지인 몇몇과 막 식사 겸 술자리를 시작하고 있었다.
홍성흔이 술을 입에 댄 건 지난 1월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전 아내와 맥주 한잔 한 이후 처음이다.
평소에도 몸 관리가 철저한 그다. 비시즌 부부 동반 모임에서도 12시가 넘자 노래방 뒷편 소파에 누워 자버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아무리 홍성흔이라 할 지라도 9개월 가까이 술 한잔 하고픈 마음이 들지 않을리 없다. 특히 야구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그렇다. 대단한 술자리는 아니더라도 맥주 한잔의 유혹을 넘긴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변 지인들의 성화를 견뎌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홍성흔은 "가볍게 한잔"의 유혹도 끝끝내 외면해왔다.
홍성흔은 지난해 타격 2위에 그쳤다. 롯데도 준플레이오프에서 또 떨어졌다. 두가지 모두 2년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시즌 막판에 당한 왼 손등 부상이 결정적이었다. 그 공백은 먼저 홍성흔을 다시 타격 2위에 머물도록 했다.
준플레이오프는 그래서 더 특별했다. 두가지 중 하나는 꼭 이루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가 "9번째 포스트시즌 중 가장 떨린다"고 말했던 이유다.
그러나 절치 부심하며 나선 준플레이오프서도 결국 롯데는 탈락했다. 1할대 타율에 그친 홍성흔의 자괴감은 그래서 더 컸다.
"술을 많이 먹진 못할 것 같아요. 먹는다고 잊혀지는 것도 아니고 몸도 안 받고... 하지만 오늘부터 며칠간 만이라도 야구를 좀 잊은 채 살아보려구요. 그동안 그런 생각 안했는데 야구가 너무 힘드네요."
실로 오랜만의 술자리였으니 안주라도 맛있는 것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날 밤 홍성흔의 안주는 눈물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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