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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이전에도 한.일전 명승부는 많았다. 이제 일본을 이기는 것 그 자체만으로는 아주 특별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그만큼 양국 야구의 수준차는 좁혀졌다. 그럼에도 이번 승리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보다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대회 기간 내내 불편했던, 그래서 불리했던 상황을 뒤집었다는 스토리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19일 4강전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판정이 너무나도 많았다. 한국에 불리한 판정이 많은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사실이 아닐 수 있다. 백번을 양보해 주심은 자신의 존을 있는 그대로 판정으로 연결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삐딱한 시선으로 볼 수 밖에 없도록 한 것은 어디까지나 주최측인 일본이 만든 것이었다.
KBO는 19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프리미어 12 4강전에 앞서 불공정한 심판 배정에 대해 주최측에 공식 항의했다.
하지만 “배정은 WBSC 독립기구인 심판부의 업무로 조직위가 관여하지 않는다. WBSC가 주최하는 대회의 규정상 동일 국적의 심판은 주심, 루심은 불가능하지만 선심은 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
대만에서 일본으로 옮겨오는 비행기편도 한국은 새벽에 이동하도록 배정해 물의를 빚었다. 반면 일본은 여유 있는 일정으로 일본에 돌아왔다.
모든 상황들이 일본의 의도를 의심하게 했다. 그 때마다 ‘오해’라고 했지만 너무 많은 우여 곡절이 겹치며 고운 시선을 거두게 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겼다. “꼼수는 실력으로 갚아주겠다”던 선수들의 각오가 현실이 됐다.
상대는 야구 외적인 문제로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혔다. 하지만 우린 그걸 야구로 갚아줬다. 분노하고 토라지는 대신 실력으로 할 말을 대신했다. 야구로 갚아 준 아픔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는 어제 고요해진 도쿄돔이 상징적으로 말해줬다. 우리가 11.19대첩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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