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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느 오래된 성에 들어선 듯하다. 옛 영광을 간직한 웅장함이 압도하지만 앞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는 먼지가 달려든다. 저 멀리 희미한 빛을 좇아보지만, 그것도 잠시. 세월이 엉클어버린 가시밭길이 발길을 막는 중이다.
마치 타임머신이라도 태워 내려놓은 듯 몽환적이고 흐릿한 이 장면은 작가 곽수영이 새기듯 펼친 것이다. ‘부동의 여행(Voyage Immobile) 20-ⅩⅥ’(2020)이라 했다. 움직이지 않고 떠나는, 떠나지만 움직이지 않는 여정 말이다.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51 올미아트스페이스서 여는 개인전 ‘부동의 여행’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91×72.5㎝. 작가 소장. 올미아트스페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