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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가의 ‘신(新)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일 오후(현지시간) 이데일리 등이 참석한 토털리턴 펀드 투자자 대상 화상 웹캐스트에서 “근래 부양책은 경기부양이 영구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어 우려가 크다”며 이렇게 말했다. 건들락 CEO는 1971년 핌코를 창업해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로 키워낸 초대 ‘채권왕’ 빌 그로스 이후 그 지위를 물려받은 채권업계 거물이다.
재정 중독·증시 거품 경고한 건들락
건들락은 재정적자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는 “정부는 영구적인 재정 확대를 강요하고 있다”며 “끝없는 부양책이 금리를 계속 낮게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고 했다. 정부가 재정을 풀기 위해 적자 국채 발행을 늘리는 건 불가피한데, 이로 인해 금리가 오르면 결국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 재정적자는 지난해 10~12월 5729억달러(약 654조원)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다.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 확대 기조를 감안하면 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건들락은 “(미국 경제 전반에서) 가장 우려하는 건 적자의 확대”라며 “정부 부채는 거품에 빠져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달러화 가치는 단기적으로 오를 수 있지만 적자 규모가 커지며 장기적으로는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건들락은 이와 함께 주식시장 거품과 인플레이션 확대 가능성을 지적했다. 모두 전례 없는 돈 풀기의 결과다. 건들락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를 두고 “매우 위험해 보인다”며 “투기의 거품에 빠져 있다”고 했다. 뉴욕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 등 각종 가치평가 지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여름께 인플레 4% 돌파…시장 충격”
그는 최근 월가의 최대 화두인 인플레이션을 두고서는 “오는 6~7월 물가 상승률은 4%를 넘을 수 있다”며 “채권 매도를 부채질하며 채권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건들락은 그럼에도 연방준비제도(Fed)는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연준은 (올해 여름께 인플레이션이 3~4%대로 상승할 걸) 이미 인지하고 있지만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걸 환영할 것”이라며 “마이너스 실질금리 때문”이라고 했다. 통상 시장에서 거래되는 명목 채권금리는 실질금리에 인플레이션을 더한 것이다. 인플레이션 확대 폭이 명목금리보다 클 경우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가 된다.
건들락은 “연준은 미국 국채의 주요 순매수자”라며 “연준 입장에서는 더 싼 가격에 국채를 사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연준이 당분간 국채금리 상단을 아예 열어놓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만큼 증시 등 자산시장 전반은 충격이 커질 수 있어 보인다.
건들락이 추후 금 강세장을 예상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그는 “(온스당 1600달러 후반대 레벨은) 바닥을 친 것일 수 있다”며 “앞으로 오를 것”이라고 했다. 금은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없는 독보적인 안전자산이다. 그러나 최근 이례적으로 하락세를 보여 왔다.
“기술주 쏠린 강세장…경기 침체 여전”
건들락은 “팬데믹 이전의 추세적 성장으로 돌아가는 걸 감안하면 현재 경제는 침체에 빠져 있다”며 “현재 실업률이 6.2%로 낮아지고 있음에도 매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이어지는 걸 보면 고용시장은 팬데믹 이전과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