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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갤러리] 찢어진 못난 놈도 품는다…신경균 '응시 I'

2018년 작
흙 고르고 물·불에 까탈 부리는 작가
불길 못견디고 터진 달항아리 살려내
전통방식에 현대감각 얹은 미학으로
  • 등록 2021-04-12 오전 3:20:00

    수정 2021-04-12 오전 3:20:00

신경균 ‘응시 I’(사진=노블레스컬렉션)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땅으로 내려온 보름달. 터질 듯한 풍만함조차 숨기려는 소박함. 미백의 무색으로도 우아한 형상. 으레 ‘달항아리’에 따라붙는 말이 아닌가. 그런데 뭐가 잘못됐나. 이지러진 형체, 터진 옆구리, 누르스름한 색, 흉터같은 얼룩.

이렇게 기어이 제 속을 드러낸 항아리는 작가 신경균(57)이 빚은 ‘응시 I’(2018)이다. 작가는 열다섯부터 도예에 입문한, 국내 대표 달항아리 작가다. 자라난 배경이 컸다. 도예가 장여 신정희(1930∼2007)의 아들이었으니. 그렇다고 배경만 안고 있진 않았다. 우리 흙을 고르고, 물과 불에 까탈을 부렸다. 여전히 발 힘으로 물레를 차고, 7∼8년 건조한 국산 소나무만 가마에 넣는단다.

다만 고집은 거기까지다. 옛 장인이라면 으레 깨부쉈어야 할 못난 달항아리까지 품어냈으니. ‘응시 I’은 작가의 수많은 잘난 자식 중 아픈 손가락인 셈. 뜨거운 불길을 못 견뎌 터졌거나 장작에 맞아 상처가 난 건데, 작가는 “못생겨도 내 자식인데, 살아나온 게 대견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자신감일 거다. 이런 것쯤에는 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 괜히 ‘달항아리의 달인’ ‘백자의 장인’이라 하겠는가.

16일까지 서울 강남구 선릉로 162길 노블레스컬렉션서 여는 개인전 ‘달빛’(Moonlight)에서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색과 모양의 달항아리 13점을 내놨다. 백자에 철화. 지름 38.3㎝ 높이 38.5㎝. 작가 소장. 노블레스컬렉션 제공.

신경균 ‘월인천강’(2015). 백자, 지름 46.2㎝ 높이 49.5㎝(사진=노블레스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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