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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갤러리] 참 약해 빠진, 그래도 살아남더라…정윤영 '무제'

2020년 작
얇디얇은 약하디약한 '생명의 유한성'
한계 극복하기보다 담담히 인정하는
강렬한 색감 덜어내고 화면에도 변화
칠하지 않고 우려낸 듯한 겹겹의 '층'
  • 등록 2021-04-21 오전 3:30:01

    수정 2021-04-21 오전 3:30:01

정윤영 ‘무제’(사진=갤러리도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들여다보는 만큼 보인다. 아는 것과는 그다지 상관없다. 겹겹의 층에서 말이다. 바닥부터 서서히 타고 올라오는 색이 보인다는 얘기다. 물감을 칠한 게 아니라 우려낸 듯하달까. 형체도 없고 빛깔도 뭉개졌지만 뭔가 움직인다는 것을 직감케 한다.

작가 정윤영(34)은 ‘생’을 그린다. 삶, 사는 것, 살게 하는 것 전부다. 사람의 그것만도 아니다. 한때는 식물에도 관심을 뒀더랬다. 나풀거리는 꽃잎 사이에 흔들리는 인간의 몸을 언뜻 비춰냈다.

‘사는 것’에 유독 작가가 매이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병마와 오래 싸워본 경험 때문이란다. “사는 일은 때론 비천하지만 생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연스럽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진해진 거다. 이후는 한계를 극복하려 애쓰기보다 인정하자는 쪽으로 기운 듯하다. 얇디얇은, 약하디약한 생명의 유한성을 말이다. “불완전한 생의 단면, 상실과 결여로 얼룩진 미완의 상태를 이야기하려 했다”고 했다.

연작 중 한 점인 ‘무제’(Untitled·2020)에선 붓길이 더 나아갔다. “완성으로 향하는 대신 중첩으로 미지의 차원을 열고 덧입힌 것”이라 했다. 예전 식물들에 입혔던 강렬한 색감을 한 움큼 덜어냈다. 화면에도 변화가 보인다. 길고(직사각형), 반듯하고(정사각형), 뾰족한(삼각형), 생긴 그대로의 생을 받아들인 건가 보다.

5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도올서 여는 개인전 ‘불투명한 중첩’에서 볼 수 있다. 비단 배접 캔버스에 채색. 97×97㎝. 작가 소장. 갤러리도올 제공.

정윤영 ‘무제’(2021), 비단 배접 캔버스에 채색, 116.8×91㎝(사진=갤러리도올)
정윤영 ‘무제’(2020), 비단 배접 캔버스에 채색, 60㎝ 정삼각형(사진=갤러리도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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