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및 부당합병의혹으로 재판에 출석한 횟수다. 지금도 부당합병의혹으로만 주 1회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법정에 선다. 재계의 한 인사는 “10시간동안 그냥 멍하니 있는 게 전부”라며 “글로벌 경제 대전환기, 경쟁사인 인텔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 TSMC 웨이저자 CEO가 전 세계를 누비는 동안 대한민국 대표기업인은 저렇게 시간을 허비한다”고 했다.
안 그래도 삼성의 미래는 밝지 않다.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삼았으나 대만 TSMC와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휴대폰 사업도 애플과 거세게 추격 중인 중국업체들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다. ‘6만전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다.
전문가들은 100년 기업도 하루아침에 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기는 곧 낙오를 의미한다. 1950년대 미국 포춘지(誌)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기업은 3분의 1에 채 못 미친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제아무리 삼성이라도 예외가 될 순 없다. ‘혁신의 대가’로 잘 알려진 미국 다트머스 비제이 고빈다라잔 교수는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는 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했다.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다가 작년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5년간 취업제한으로 글로벌 현장 점검 등 온전히 경영에 몰두하기 어려운 처지다. 미래산업을 둔 패권경쟁 속에서 향후 5년간 삼성의 중대 결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 사면이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지만 이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논란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법에 따른 재판과 공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그 영역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가 덮친 현 시점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은 한국 경제에 실보단 득이 더 많을 게 자명하다.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 결단의 시간이 임박했다. 왜선 기세에 눌려 줄행랑을 쳤던 부하의 목을 치는 대신 사면을 택해 그가 전쟁에서 공을 세울 수 있게한 명량대첩 당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다시 한 번 더 되새겨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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