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실기는 곧 낙오'…삼성도 예외 없다

'단기 성과 집착' 전문경영인으론 삼성 혁신 힘들어
100년 기업도 하루아침에 망가져…소니·야후 전철 밟나
기업인 사면 후 실력으로 논란 극복, 국익으로 보답
李 사면, 국가 경제에 실보단 득…文대통령, 결단해야
  • 등록 2022-04-28 오전 5:00:00

    수정 2022-04-28 오후 1:49:15

[이데일리 이준기 산업부 차장] 125.

최근 5년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및 부당합병의혹으로 재판에 출석한 횟수다. 지금도 부당합병의혹으로만 주 1회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법정에 선다. 재계의 한 인사는 “10시간동안 그냥 멍하니 있는 게 전부”라며 “글로벌 경제 대전환기, 경쟁사인 인텔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 TSMC 웨이저자 CEO가 전 세계를 누비는 동안 대한민국 대표기업인은 저렇게 시간을 허비한다”고 했다.

안 그래도 삼성의 미래는 밝지 않다.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삼았으나 대만 TSMC와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휴대폰 사업도 애플과 거세게 추격 중인 중국업체들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다. ‘6만전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다.

삼성에 적대적인 세력들은 ‘호 실적’을 얘기하지만 이는 기업경영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기업의 결과물은 바로 나오지 않는다. 최소 5년 전 이뤄진 오너의 과감한 의사결정·전략적 선행투자에 따른 것이란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전문경영인이 10년, 20년 후를 내다본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그래서 주저앉은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일본 소니가 그랬고 미국 야후도 대표적 예 중 하나다. 그들이 대형 인수합병(M&A)이란 중대 사안을 결정할 수 있을까. 지금이야 사람들 기억 속에서 사라졌지만 삼성의 반도체, 스마트폰, 바이오 사업 진출 모두 오너의 결단이었다.

전문가들은 100년 기업도 하루아침에 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기는 곧 낙오를 의미한다. 1950년대 미국 포춘지(誌)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기업은 3분의 1에 채 못 미친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제아무리 삼성이라도 예외가 될 순 없다. ‘혁신의 대가’로 잘 알려진 미국 다트머스 비제이 고빈다라잔 교수는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는 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했다.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다가 작년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5년간 취업제한으로 글로벌 현장 점검 등 온전히 경영에 몰두하기 어려운 처지다. 미래산업을 둔 패권경쟁 속에서 향후 5년간 삼성의 중대 결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업인 사면은 언제나 논란이 뒤따랐지만 그들은 이를 실력으로 극복했고 국익으로 보답했다. SK가 반도체 사업을 부흥시켜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고 CJ가 K팝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문화산업을 꽃 피운 것도 그 이면에는 오너의 사면이 있었다는 게 재계의 정설이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 사면이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지만 이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논란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법에 따른 재판과 공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그 영역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가 덮친 현 시점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은 한국 경제에 실보단 득이 더 많을 게 자명하다.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 결단의 시간이 임박했다. 왜선 기세에 눌려 줄행랑을 쳤던 부하의 목을 치는 대신 사면을 택해 그가 전쟁에서 공을 세울 수 있게한 명량대첩 당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다시 한 번 더 되새겨보길 기대한다.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4월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DSR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마친 후 EUV동 건설현장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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