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스와프 논란이 커지게 된 세 가지 이유 [현장에서]

①한미 정상회담 '성과' 자랑하다 근거 없는 '기대감' 키워
②'통화스와프' 말하는 당국자마다 조금씩 달라
③'비상' 포장지 씌우고 "괜찮다"…잘못 잡은 '정책 프레임'
  • 등록 2022-09-27 오전 5:00:02

    수정 2022-09-27 오전 7:29:57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자 한미 통화스와프를 둘러싼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각계에선 통화스와프를 빨리 체결하라고 하고 정부나 한국은행에선 ‘비상’ 상황이 아닌데 왜 이렇게 다들 ‘통화스와프’에 목을 매는지 의아해한다. 달러가 부족해져야 ‘통화스와프’를 하든지 말든지 하는데 국민들이 과거의 경험 때문에 통화스와프를 체결해야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오해한다고 토로한다. 한미 통화스와프 논란이 왜 이렇게까지 커지게 됐는지 세 가지 이유를 짚어봤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2년도 제12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① 통화스와프 기대감은 ‘정부’가 먼저 줬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 통화스와프 논쟁이 처음 등장한 것은 최근과 같은 환율 급등기가 아니었다. 윤 정부가 5월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한미 동맹’을 강조하자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 협력하되 미국으로부터 통화스와프를 받아내라는 각계의 요구가 나오면서부터였다.

실제로 윤 정부는 공동성명에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내용이 역대 정상회담 중 처음으로 언급됐다고 밝혔다. 작년말 종료됐던 한미 통화스와프가 다시 열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 뒤 7월 한미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한미 양국이 ‘필요시 유동성 공급 장치’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실행할 여력이 있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정상회담의 ‘외환시장 안정’, 재무장관 회의의 ‘유동성 공급 장치’ 모두 통화스와프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통화스와프는 정부와 독립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과 한국은행이 체결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함부로 그 단어를 언급하지 못할 뿐이었다. 당시 정부측은 ‘유동성 공급 장치’는 통화스와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주 이뤄진 ‘48초 한미 정상회담’의 성명서에도 같은 문구가 삽입됐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직후인 22일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양측 NSC(한국 국가안정보장회의·미국 국가안보회의)에 통화스와프 문제를 집중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먼저 ‘통화스와프’에 대한 기대감을 준 것은 정부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② 추경호·이창용조차도 ‘통화스와프’ 언급 달라


그렇다면 한미 통화스와프는 하는 것일까, 아닐까. 아직까지도 정부 당국자마다 하는 말이 제각각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25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통화스와프가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양국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서로 표명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불안 양상이 있을 때 여러 가지 유동성 공급장치와 관련된 부분이 작동될 것을 확고히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장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달러가 부족해지는 사태가 발생하면 통화스와프가 체결될 것이 확실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런데 통화스와프 계약 당사자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말은 조금 다르다. 이 총재는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국제 달러 시장에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면 (통화스와프)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박대출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 ‘논의를 추진하는 것과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고 지적하자 이 총재는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반복했다. 추 부총리는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지면 한미 통화스와프가 바로 작동할 것처럼 밝혔는데 정작 이 총재는 달러 유동성이 부족하면 그제야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특히 이 총재는 “통화스와프가 필요 없다고 한 적은 없다”면서도 “스와프는 신용위험을 막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스와프를 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달러가 강세되는 상황에서 원화가 절하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스와프 없이도 위기를 해결한다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며 “‘보험’을 가져와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대로 되면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③ ‘비상’회의 하면서 뾰족한 대책 없이 “괜찮다”만 반복

고환율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 한은의 대응들이 정책 프레임과 맞지 않다는 점도 혼란을 키우고 있다.

정부, 한은은 22일 비경회의에서 ‘넓고 긴 시계’로 현 상황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도 이날 기재위 모두말씀을 통해 “한은은 정부·감독당국과 함께 상당기간 지속될 높은 대외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보다 넓고 보다 긴 시계’를 견지하며 정책 공조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한은이 내놓는 고환율 안정책은 이런 정책 기조와 달리 단기성 대책 위주다. 한은이 국민연금과 연말까지 100억달러 규모로 통화스와프를 맺어 최소한 연말까지 달러 매수 수요를 줄이겠다고 한 것도,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 한도를 확대해 외환시장에 달러 매도 물량을 풀겠다는 것도 한시적인 대책이다. 해외 투자 자산을 국내로 되돌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순대외채권국으로 대외건전성이 탄탄하다면서도 한쪽에선 달러 매수 수요를 줄이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셈이다.

‘비상’ 프레임도 문제다. 환율 급등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추 부총리, 이 총재 등이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있지만 똑 부러진 대책 없이 “괜찮다”는 메시지가 대부분이다. 가뜩이나 외환당국에서 수차례 구두개입과 실개입을 반복하고 있음에도 환율이 아랑곳하지 않고 오르는 판에 말이다. 택배 상자도 ‘취급 주의’라고 돼 있으면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이 깨질까봐 조심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겉으로 ‘비상’이라고 해놓고선 과거 위기와 다르다고 말하니 정책 당국자의 말에 신뢰성이 떨어진다. 정책을 담는 그릇부터 재점검하든지, 그릇에 맞는 정책을 내놓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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