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인구 증가 속도가 세계 최고를 달리는 가운데 노인연령 상향 조정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잇따라 공개됐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해 8월 1~23일 전국 50세 이상 4024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가 첫 번째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나이는 69.4세로 관련 법률상의 기준(65세)을 크게 웃돌았다. 2017년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조사의 기준 연령(평균 68.9세)보다 0.5세 높았다. 한편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국민연금 수급시기를 2033년부터 연차적으로 65세보다 더 늦추고 의무납입 연령도 조정하는 초안을 그제 확정했다.
두 자료는 법 규정이 국민 생각과 급변한 경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3%선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국은 2018년 14.3%로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데 이어 2026년이면 2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초고령사회 문턱을 넘어 노인인구 1000만명대 시대를 맞는다는 계산이다. 66.1세였던 평균수명이 2021년 83.6세까지 늘어난 탓에 수백만명이 노인인구로 추가 편입되는 것이다.
연금수급 시기 및 의무납입 연령 조정안은 재정 고갈을 막기 위해 짜낸 선택이다. 그러나 정년 연장과 고령자 취업 기회 확대 등 보완 대책이 잘 따라 준다면 노동력 부족과 노인인구의 급속한 증가를 억제할 묘수가 될 수 있다. 통계청은 향후 20년간(2020~2040년)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약 900만명 줄고 반대로 노인인구는 900만명이 늘 것으로 내다본 상태다. 노인연령 기준을 바꾸고 고령자들의 일할 자리를 넓혀 준다면 연금 재정은 물론 국가 재정부담 완화에도 큰 효과를 낼 게 분명하다.
노인인구 급증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 및 중앙 정부와 지자체 간 마찰은 하나둘이 아니다. 기초연금은 물론 각종 경로우대 혜택을 포함하면 재정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진다. 미래를 짊어질 청년 세대와 노인 세대 간 갈등을 키울 수도 있다. 노인연령 기준은 대한노인회도 2015년 상향 조정을 제안한 바 있다.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외면하지 말고 기준 변경 논의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