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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삼성이 17일 대구 LG전서 승리를 거두며 또 하나의 기록을 이어갔다. 5회까지 리드한 경기서 34번 모두 승리를 거둔 것이다.
삼성의 막강한 불펜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알 수 있는 기록이다. 5회까지만 앞서면 무조건 이긴다는 믿음은 전반기 막판 삼성 상승세에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삼성에 기쁨과 함께 숙제도 안겨줬다. 기록을 이어가며 강세까지 유지하려면 마운드의 힘 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날 2-1로 앞선 채 6회말을 시작했다. 이 리드는 9회초 2아웃까지 이어졌다.
연장 12회말 1사 만루서 박한이가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며 승리는 삼성의 몫이 됐지만 좀 더 쉽게 풀어갈 수 있는 경기를 어렵게 끝냈다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삼성은 2회 집중력을 보이며 2점을 뽑아냈다. 하지만 이후 타선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4회 1사 후 김상수와 이영욱의 연속 안타로 1,3루를 만들었지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9회초 2사 후 동점을 내주고도 끝내 승리를 거둔 것 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삼성의 내일을 위해선 차분히 경기를 되짚어볼 필요도 있다.
투수가 늘 좋은 공을 던질 수는 없다. 아무리 강한 삼성 불펜도 실점 없이 매 경기를 책임질 수는 없다. 타선의 집중력이 뒷받침 되어야 만 기록을 이어갈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삼성 입장에선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교훈이다. 삼성은 현재 두산과 치열한 2위 싸움을 펼치고 있다. 나아가 멀찍이 앞서 있는 선두 SK 자리까지 노려보고 있는 상황이다.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기록은 삼성에는 자신감을, 상대에게는 압박감을 줄 수 있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기록이 길게 가면 갈수록 삼성은 지금보다 좀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된다.
삼성 불펜은 여전히 강력하다. 아마도 시즌이 끝날때까지도 강세가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짐을 투수들에게만 지우게 된다면 언젠가는 벽에 부딪힐 수도 있다. 17일 경기는 타자들이 그 짐을 나누어야 한다는 걸 잘 보여준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