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14일자 1면에 게재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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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제작되는 드라마 수와 제작비 규모 추정치다. 지상파 3개사가 1년에 80여편 이상의 드라마를 꾸준히 쏟아내고 있고 여기에 케이블 채널에 이어 종합편성채널 4개사도 가세했다.
가히 드라마 홍수 시대다. 채널마다 드라마가 범람하고 있다. 구본근 SBS 드라마센터장은 "시청률만 보자면 가정에 있는 TV는 드라마를 보기 위한 것"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실제 시청률 표의 상위권은 드라마가 휩쓸고 있다.
지상파 3사의 드라마 제작비는 3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종편과 각 케이블 채널의 제작비까지 겸하면 2012년 드라마 시장은 6000억원대로 예상된다. 외주 제작사가 PPL이나 해외 판권을 염두에 둬 제작비를 늘려잡는다면 제작비는 더욱 늘어난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서는 "1조원 시장으로 추산한다"고도 밝혔다.
드라마 시장의 폭발적인 팽창세에는 CJ E&M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CJ E&M은 2012년에 드라마 26편 제작에 87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2011년 대비 제작편수 2배, 제작비는 3배 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1년 드라마 제작 편수와 제작비가 지상파 못지 않다.
드라마 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1년에 제작되는 드라마만 160편에 가깝다. 인기 드라마의 경우 주말에는 재방송을 타고 케이블 채널을 통해서도 `재방`, `삼방`된다. 미드나 일드 등 해외 인기 드라마도 수요가 꾸준하다. 체감되는 드라마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팽창이 곧 질적인 확장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20% 이상의 시청률로 `중박`을 치는 드라마도 손에 꼽는다. 케이블이나 종편 드라마는 대다수 한 자리수 시청률로 생명력을 잃는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방송사에서도 검증된 것만 되풀이 하다보니 로맨틱 코미디나 역사 드라마, 가족 드라마 등 정형화된 장르를 선호한다"며 "종편이나 케이블 채널 역시 도전적인 드라마를 제작하기보다는 지상파의 패턴을 쫓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공급 과잉이 산업적 자생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드라마의 70% 가량을 외주 제작사에서 만들지만 실제 역량은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산업으로서 기반이 약한데 제작편수만 들어나고 있어 마치 `한탕주의`로 변질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외주 제작사 관계자 역시 "방송사에서도 힘을 싣는 작품이 따로 있는데 그렇지 못한 작품은 사실상 편성 시간 맞추기로 활용된다"며 "불건전 제작사를 거르지도 못한 상황에서 플랫폼만 늘어난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