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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앞두고 지난 14일 찾은 올림픽대로 여의도 진입램프 건설현장. 도로를 오가는 차량 사이 안전 표지판 너머로 땀 흘리며 바쁜 손놀림을 하고 있는 인부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곳은 서울 여의도 올림픽대로 하행선(김포방향) 여의교~서울교 구간에서 서울교 남단 노들길 진출로로 이어지는 폭 6.4m, 연장 712.6m의 연결램프를 신설하는 공사(이하 올림픽대로~여의도간 진입램프 공사)현장이다. 지난 2017년 2월 공사를 시작했으며 오는 9월 개통예정이다. 총사업비는 약 200억 규모다.
경력 25년의 작업반장 김동선씨는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일하면 주말에 쉬어도 주휴수당이 나오기 때문에 한결 마음이 가볍다”며 “제대로 돈을 받고 일하니 다른 현장보다 더 애착이 가고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공사규모가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이 곳은 건설 노사 상생을 위한 의미있는 실험이 진 행중이다. 서울시의 ‘건설근로자 적정임금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현장으로, 적정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시는 노동조합 등과 협의해 급여산정 내역 안에 유급 휴일수당과 연차 유급수당, 휴일 근로수당 등 시간당 법정수당과 1주에 평균 1회 이상 유급휴일을 포함 시킨 ‘건설일용근로자 표준근로계약서’를 만들었다. 이어 시가 발주하는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시중노임단가 이상을 보장해야 한다고 공사계약특수조건을 개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건설근로자 적정임금 시범사업’을 펼쳤다.
시는 적정임금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표준근로계약서 도입과 함께 포괄임금보다 많은 적정임금을 보장해 내국인 고용을 확대하고 공사 현장의 품질과 안전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40여명의 팀원과 함께 일한다는 김 반장은 “건설현장에 젊은이들이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노동강도가 센 것보다는 오히려 주말에 쉬면 직장인과 달리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는 작업환경 탓이 크다”며 “주휴수당을 보장해 주는 덕에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주말에도 각자 가정을 돌볼 수 있어 만족도가 무척 높다”고 말했다. 김 반장은 “만족도가 높다보니 일을 하는데도 더 꼼꼼히 하고 안전사고 위험도도 낮아졌다”며 “젊은이들을 유입시켜 건설현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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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적정임금 시범사업’을 건설현장 전반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누군가는 져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적정임금을 위한 전제 조건은 결국 적정공사비다”며 “관급 공사에서부터 적정공사비를 보장한다면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적정임금을 받기가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