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영관장의 ‘미래G2’ 인도경제 돋보기]一族揚名, 인도기업 작명법

⑧우리의 안동김씨 운송, 풍양조씨 패션 식
인도에 일반화 된 일족, 가족명의 기업명화
수천년 상인카스트 전통·접착제식 유대관계
우리기업 이 일족 커뮤니티에 진입해야
  • 등록 2020-04-25 오전 12:25:39

    수정 2020-04-25 오전 12:25:39

[김문영 KOTRA 뉴델리무역관장] 로스차일드(Rothschild), 월마트(Walmart), 듀폰(Dupont) 등 서구에서도 자기 가문명을 기업명으로 하는 사례는 많다. 인도 기업문화 특징 중 대표적인 것이 자기가문 명을 기업명으로 한 예가 유독 많다는 점이다.

타타(Tata), 비를라(Birla), 미탈(Mital), 고드레지(Godrej), 아다니(Adani), 바자즈(Bajaj), 마힌드라(Mahindra), 진달(Jindal), 오베로이(Oberoi), 코탁(Kotak). 인도 대표 대기업 자기 출신가문, 일족명을 기업명으로 사용하는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로 치면 안동김씨 운송, 풍양조씨 패션, 안동권씨 출판 식이다.

Jain Dairy, Agarwal Solution, Oswal Logistics 등 인도 중소·중견기업 중에서도 자기 가문, 일족명을 기업명으로 하는 수많은 기업을 접하게 된다.

아시아 제일의 부자 Mukesh Ambani의 Reliance Group, 인도의 세계적인 IT서비스·통신 대기업 Infosys, Wipro, Bharti Airtel 등 예외도 많고, 인도경제의 현대화 추세에 따라 감소 추세에 있지만, 이런 일족양명(一族揚名) 작명문화는 굳건하다.

법적으로는 사라졌지만, 인도인, 인도 상인의 내면과 사회, 정치 밑바닥에서 살아 움직이는 카스트 문화가 근원이다.

바니아로 불리는 인도 상인카스트는 힌두 4계(세부적으로는 만개를 넘는 Sub-Caste)카스트 시스템에서 돈을 버는 것에 인생의 최고 가치를 부여받은 집단이다. 대를 이어 수 천년 상업, 무역, 금융 외길을 걸었고, 이런 DNA와 교육이 이어져 인도 10대 부자 중 9명이 이 바니아 출신이다.

사업, 기업을 통해 부를 키우고, 이를 성장시키되, 자신과 수천년 생사고락을 같이했고, 같이 할 가문과 일족 이름을 드높이고 경제적 기반을 공유한다는 전통과 문화가 인도의 기업 작명법에 그대로 투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많은 인도기업이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한다. 중소·중견기업에 더 일반적이지만 많은 대기업도 가족경영 체제를 고수한다. 공동 창업자 아버지는 사장, 삼촌은 전무, 아들, 조카, 먼 친척 일가는 경영수업중의 이사, 관리부장식이다. 회계, 금전출납, 인사, 노무관리 등은 반드시 가족 또는 일족이 담당하고 아무리 신뢰가 가도 외부인에 앉히는 경우는 드물다. 좁은 영역에 몰려 있으면서도 서로 간에 공유, 분담하는 문화, 시스템이 잘 구비되어 있다.

커뮤니티 내 자기들 간의 신용, 유대관계는 각별하다. 세계 3대 상인의 하나로 지목되는 인도상인의 대표주자는 Marwari 상인이다. 척박하고 황량한 인도 북서부 타르사막을 배경으로 수 천년 장사, 무역, 금융에 종사해 온 집단이다. 수천리 대상길의 몇 달, 몇 년을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던 것은 남아있는 일족 공동체가 제공하는 경제적, 심리적 안식처였다. 이 집단 내에서 빌린 돈을 못 갚는 것은 공동체에서의 퇴출을 의미했고 자신과 가족의 생명이 걸린 문제였다. 카스트 족쇄에 의해 갈 곳, 의지할 타 집단도 없었고 평생 노동으로라도 빌린 돈을 갚아야 했다.

타 지역에 먼저 진출하면, 무료 식사와 잠잘 공간을 마련해 자기 일족 간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전통을 유지했다. 일족 출신 젊은이가 오면 일족 상조회를 통해 자금을 대주거나 기업내 도제 기회를 제공했다. 디아스포라의 유대인처럼 일족간 사람, 자금, 정보를 합쳐 진출한 지역의 상권을 장악하고 자기들만의 울타리를 굳게 쳐오는 식으로 인도 전역을 장악했다. 우리를 포함 울타리 밖의 경쟁 일족에게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인도 상인에 대한 일부 부정적 평가의 원인이다.

인도에서 전국구적인 의미의 일반상인 개념은 크게 의미가 없다. 1947년 해방 전의 600여 제후국 난립 예에서 보듯이 인도 상인집단의 집단 간, 지역 간 상호 경쟁, 배척 정도는 우리와 비교가 안 되게 깊다.

인도 거래 파트너와 직원이 속해 왔고, 속해 있는 일족이 어떠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가를 파악하고 이해하려 하는 것, 이 두터운 벽이 우리 기업이 인도시장에 제품을 팔고, 투자하고, 운영할 때 직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이다.

도매급으로 일반화하지 않고, 여지와 여백을 두고 대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미래 G2 인도의 상인 커뮤니티의 경계선에만 접근해도 우리의 대인도 비즈니스는 또 다른 세계를 맞을 것이다.

김문영 코트라 뉴델리무역관장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