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지옥’이 공개되자 투자자들 안팎에서 나오던 말이다. 탈영병 잡는 헌병들의 이야기를 다룬 ‘디피’(D.P)와 넷플릭스 역대 최다 시청 콘텐츠로 자리 잡은 ‘오징어게임’을 잇는 기대작으로 꼽혀왔기 때문에 지옥 관련주에 쏠리는 관심은 당연한 듯 보였다.
그런데 막상 드라마 공개 이후 주가가 뛰기는커녕 하락세를 이어가는 의외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옥 공개 이후 사흘 만에 4348만 시청시간을 기록하는 흥행을 거뒀음에도 주가가 이를 받치지 못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드라마 공개 전부터 기대감이 일찌감치 선(先)반영되며 주가를 올렸다가 공개와 동시에 팔아 차익을 남기는 이른바 ‘넷플릭스 투자’ 패턴이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앞으로도 넷플릭스가 공개를 예고한 국내 콘텐츠 라인업이 적잖은 상황에서 미리 찜 했다가 공개와 동시에 파는 투자 패턴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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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 쾌조의 출발을 알리자 지옥 제작사이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인 제이콘텐트리(036420) 주가 추이에 눈길이 쏠렸다. 앞선 오징어게임 관련주들이 일제히 껑충 뛴 기억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도 기대감을 북돋우는 요소였다.
그런데 장이 열리자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드라마 공개 이후 첫 거래일이던 지난 22일 장 초반 주가가 20% 넘게 오르자 세간의 예상이 맞나 싶었는데 이후 속절없이 고꾸라지며 전 거래일보다 7.01%(4900원) 떨어진 6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말 그대로 ‘천당에서 지옥을 오간 순간’이었다.
‘설마’하며 반등을 노렸던 이튿날(23일)에도 10.31% 급락한 데 이어 이날(25일)도 1.03% 빠진 5만7500원에 장을 마쳤다. 지옥 공개 전 날이던 이달 18일 7만1900원에 마감한 점과 비교하면 일주일 만에 20%나 빠진 수치다. 종전까지 콘텐츠가 기대감에 못 미칠 때 주가가 빠진 경우는 있었지만 글로벌 흥행의 물꼬를 튼 상황에서도 주가가 급락하자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찜했다 공개 시점에 파는 ‘넷플릭스 투자패턴’ 이어질 것
지옥의 흥행과 주가 ‘반비례’ 흐름을 두고 벌써부터 다양한 이유가 꼽힌다. 제이콘텐트리가 올해 3분기 약 3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내자 펀더멘털(기초체력) 이슈가 부각됐다는 견해가 나온다. 매출 대비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간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상승세를 가로막았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이른바 ‘넷플릭스 투자 패턴’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드라마 ‘지옥’에 대한 기대감을 선반영하며 쌓아뒀다가 드라마 공개 시점에 시장에 던져 차익 실현에 나서는 패턴이 그것이다.
업계에서는 앞선 디피와 오징어게임 흥행에 관련주가 껑충 뛴 사례를 빠르게 적용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디피와 오징어게임으로 K콘텐츠 관심이 커졌고 이에 따라 관련주 흐름도 가파를 것을 학습한 결과”라면서도 “흥행 이후의 추가 원동력이 적다고 판단하다 보니 지켜보는 대신 바로 매도에 나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시청자들의 기대감 고취 차원에서 내놓은 오리지널 시리즈 라인업을 토대로 관련주 선매수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드라마 공개 등 이슈가 있을 때 차익 실현에 나서는 투자 패턴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