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무기]34세 연구원의 희생 딛고 탄생한 'K-9 자주포'

1997년 화력성능시험서 화재로 민간 연구원 사망
9년 만에 해병대에 첫 납품..제1 연평해전 여파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대응사격에 실전투입
개발 이후 뚜렷한 성능개량 없어 한계 지적도
  • 등록 2016-01-03 오전 8:00:00

    수정 2016-01-03 오전 8:00:00

국산 자주포 K-9의 모습. [사진=국방과학연구소]
[이데일리 최선 기자]초겨울에 접어든 1997년 12월 5일 오후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 ADD 관계자들과 방산업체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관계자들은 시제 1호기 K-9 자주포에 올랐다. 개발 중인 K-9 자주포의 화력성능 시험을 위해서였다. 최대발사속도 시험을 위한 첫 발이 발사됐고 9초 뒤 두 번째 탄이 발사됐다. 이어 세 번째 탄이 발사돼야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탄이 발사되지 않았다.

시제 1호기 자주포 뒷문에 불꽃이 비쳐고 이후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자주포 내부에 불이 붙은 때문이다. 삼성테크윈 소속 탄약수가 가장 먼저 탈출한 데 이어 ADD 소속 부사수와 포반장이 자주포 밖으로 뛰쳐나왔다. 부사수는 등에 불이 붙은 상태로 땅바닥에 몸을 굴렀다. 가장 늦게 화염을 뚫고 탈출한 이는 사수를 맡은 삼성테크윈의 정동수 대리였다. 탄이 들어가는 약실에 새로운 장약을 장전한 상태에서 이전 탄에서 미처 연소되지 않은 추진체 찌꺼기에 불이 붙어 일어난 사고였다. 심한 화상을 입고도 “다른 사람들은 다친 데가 없느냐”고 묻던 정 대리는 사고 한 달 뒤 세상을 떠났다. 34세의 나이. 부인과 어린 아들을 둔 가장이었다.

독일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개발된 사거리 40km 이상의 52구경장 K-9 자주포는 개발자들의 희생을 밑거름으로 탄생했다. 세상을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숱한 실패와 시행착오가 있었다. K-9자주포 개발은 이런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 끝에 이뤄졌다. 1998년 겨울에는 눈밭에서 이동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눈을 기다리다가 눈이 쌓이질 않아 스키장을 빌려 시험평가를 마무리 하기도 했다.

K-9 자주포는 우리 손으로 만든 국산 무기다. 앞서 K-55 자주포가 있기는 했지만 이는 미국과 공동생산한 무기였다. 국방부는 1983년 미국과 155mm M109A2 자주포 기술도입 생산 협정을 체결해 K-55 자주포를 개발, 1985년부터 사용해 왔다.

그러나 군은 성능이 업그레이드된 국산 무기가 필요했다. 군 당국은 1990년 한반도 전장 환경과 장갑차전 양상을 고려해 2000년대 전장에 적합하고 군단작전지원이 가능한 적 종심타격용 화포를 도입키로 했다. 개발 당시 북한은 우리보다 5000문 더 많은 화포를 갖고 있었다. 그중 50% 정도가 자주화 및 차량 탑재형 화포였다.

자주포는 재래식 무기인 견인포에 기동성과 생존성을 더한 현대식 무기다. 스스로 달린다(自走)는 의미의 자주포는 전차처럼 궤도에 포를 장착하고 장갑을 강화한 형태의 무기다. 전차가 적을 향해 돌격해 직사화기로 공격하는 무기라면 자주포는 후방에서 적을 곡사화기로 포격하는 방식으로 아군의 전투를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기동 중인 K-9 자주포의 모습. [사진=국방과학연구소]
도입이 결정된 지 9년 만인 1999년 K-9 자주포가 군에 처음 납품됐다. 처음으로 K-9자주포를 받아간 곳은 육군이 아닌 해병대였다. K-9 1호기는 연평도에 배치됐다. 앞서 같은 해 6월 15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연평도 인근해상에서 북한 경비정, 어뢰정 등과 우리 해군이 맞붙은 제1연평해전이 일어난 때문이었다. K-9 자주포의 배치로 북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군당국은 기대했다.

K-9 자주포는 실전 경험을 갖춘 무기이기도 하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때 우리군은 K-9자주포를 앞세워 북한군의 포격에 맞섰다.

이날 우리 군과 주한미군의 연례적 연습인 ‘육·해·공 연합 호국훈련’의 중단을 요구하던 북한은 훈련이 끝난 오후 2시 34분께부터 2차례에 걸쳐 개머리 해안포 기지에서 연평도를 향해 170여발의 포사격을 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첫 공격 이후 13분 후부터 2차례에 걸쳐 K-9 자주포를 동원해 80여발을 무도 해안포 진지 등에 쏟아부었다. 군의 대응사격으로 북한군은 우리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입었다.

K-9 자주포는 자동 위치확인 기능과 포의고각·포탑의 방향을 감지하는 센서를 장착하고 있다. 이를 자동화된 사격통제장치와 연동함으로서 사격 명령 접수후 수초 내에 포와 포탑을 표적 방향으로 구동할 수 있다. 자동사격통제장치에는 탄도를 계산해 사격제원을 계산하는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어 표적좌표만 입력하면 사격 방향과 포의 고각을 산출해낸다. 또한 K-9 자주포에서는 탄의 추출, 송탄 및 장전을 기계화해 인력 투입을 최소화했다.

아울러 K-9 자주포는 무선 무전기를 이용한 데이터 통신이 가능해 사격지휘소의 대제대전술사격지휘체계(Battlion Tactical Computer System)와 연결되고 자동사격통제장치를 무선 데이터 통신으로 연동해 언제 어디에서도 사격명령의 접수·보고가 가능하다. 기동 중에도 사격명령을 접수하면 어떤 위치에서도 1분내 초탄을 발사할 수 있다.

15초 이내에 3발의 급속사격과 분당 6발의 최대발사속도사격도 가능해 대량 집중사격을 퍼부을 수 있다. 1000마력의 고성능엔진과 자동변속기 및 유기압현수장치가 장착돼 산악지형과 야지에서 기동성이 우수하다.

K-9 자주포는 포병의 주력 무기체계로서 향후 수 십 년 간 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자주포 개발 추세에 맞춰 성능 개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미국, 독일은 무인포탑 기술을 이미 확보했으며 러시아는 2015년부터 무인포탑 자주포(2S35)를 전력화하기 시작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1999년K-9 자주포의 전력화 착수 이후 K-9 자주포의 운용성 개선 노력은 있었지만 실질적인 성능향상을 위한 기술 연구가 부진한 상황이다. K-9 자주포 개발로 선진국을 따라잡았던 자주포 기술은 다시 한발 뒤쳐진 상태다. 터키, 폴란드 등 해외 수출 성과를 거뒀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최신 기술을 활용한 성능개량 등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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