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다한 6·19대책]②공급대책 빠진 '투기와의 전쟁' 한계…갭투자 성행 우려

헛다리 규제, 약발 안 먹힌 이유
서울 주택보급률 96% 달하지만
30년 이상 된 주택이 전체 35%
시장 안정 위해 주택 공급 절실
대출 막히자 전세 끼고 ''갭투자''
양도세 강화 등 고강도 대책 필요
  • 등록 2017-07-18 오전 5:00:00

    수정 2017-07-18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기덕 원다연 기자] 문재인 정부가 주택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처음으로 내놓은 6·19 대책은 강남 등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집중된 투기 수요를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판단하고 이를 차단·규제하는데 주력했다. 분양 아파트에 대한 집단대출(잔금대출) 규제와 전매 제한 기간 강화, 재건축 시장 규제 카드 등을 골고루 섞는 ‘핀셋 규제’를 통해 과열된 시장을 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책 발표 이후에도 분양시장에는 예전과 비슷한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려들고 있으며, 잠시 숨고르기를 하던 서울 아파트값도 다시 오름세로 전환하면서 이번 6·19 규제책이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20년 이상 노후주택 전체 72% 달해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부족을 고려하지 않고 수요만을 틀어막는 대책으로는 집값 상승을 잡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6·19 대책이 사실상 실패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얘기다. 곽창석 도시와 공간 대표는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주택 공급 부족→ 새 아파트(신규 분양 아파트·재건축 예정 단지)에 대한 실수요·투자 수요 증가→ 분양권·재건축 아파트값 상승→ 전체 집값 상승’이라는 연결고리가 순환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투기 수요 억제책만 내놓았으니 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서울 집값 급등이 공급 문제와 연관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취임사에서 “집값이 급등했던 올해 5월 강남4구와 강북권 용산·마포 등에서 5주택자 이상 보유자의 거래량이 지난해 보다 50~60% 이상 늘었다”며 부동산 시장 과열 원인은 공급 부족이 아니라 투기적 수요에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부동산 거래에서 5주택 이상 보유자의 거래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3%가 채 되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 지역 주택 보급률(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눈 수치)은 96%다. 국토부는 이를 근거로 100%에 가까운 주택 보급이 달성된 만큼 집값 상승과 공급 부족 문제는 별 연관성이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지은 지 20년이 넘은 주택이 전체의 72%에 이른다. 30년 이상 된 주택도 35%에 달한다.

더욱이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는 데 박근혜 정부 들어 임대주택(뉴스테이) 촉진지구를 제외한 대규모 신도시와 공공택지지구 신규 지정은 중단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서울 지역 입주 물량은 2만6411가구로 전년(2만5887가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 담당 연구위원은 “전국 주택 보급률이 102%라는 게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인데 이 수치에는 외국인 가구도 빠져 있고 연평균 이사량이나 거주 이동 등을 생각하면 공급이 충분하다고 하기에는 매우 타이트한 수준”이라며 “근본적으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강력한 대책 없이는 갭투자 못 막아”

정부는 집값 과열이 지속될 경우 청약 1순위 요건을 강화하고 청약가점제 시행 확대 등 수요 억제를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책 이후 일시적으로 가수요는 잡을 수는 있겠지만 그 영향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시장을 교란하고 단기 투기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는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들인 뒤 이를 되팔아 시세 차익을 내는 것)를 막는 방안이나 아파트 중도금 대출 규제,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과 같은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팀장은 “이미 서울 등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70~80%에 이르는 지역에서는 LTV·DTI 강화와 같은 대출 규제가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양도세 및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강화 등과 같은 강력한 대책이 없이는 갭투자 수요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화된 대출 규제 방안으로 이달 3일부터 입주자모집 공고를 낸 분양아파트의 경우 잔금대출에 대해 DTI(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50%가 적용된다. 또 서울 전 지역은 입주할 때까지 분양권 전매를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중도금 대출에 대한 대책안은 나오지 않아 집값의 10% 정도를 계약금으로 내고 주택을 분양받은 이후 소유권 이전 등기시 대출 승계를 일으켜 분양권을 매도하려는 이도 적지 않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청약조정지역 내 잔금대출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이미 수도권 일부 지역의 경우 전세가율이 70%를 훌쩍 넘어선 수준이어서 청약조정지역내 잔금대출 규제 강화만으로는 전세임대를 통한 투기적 가수요(갭투자 수요)를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치솟는 강납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풍부한 시중 유동자금이 흘러들어갈 수 있게 끔 길을 터주고 재건축 규제 완화 등 공급 주택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무엇보다 우선 추진해야 한다”며 “당장 주택 공급을 늘릴 묘수가 없다면 과거 미분양 주택 구입시 취득세 감면 조치 등을 단행했던 것과 같이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는 정책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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