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느릿느릿 버스타고…제주 중산간을 '기웃기웃'

제주 중산간 일대 둘러보는 버스 여행
제주도 관광지 순환버스 노선 새로 생겨
2개 코스에 총 16대 운행
서부는 테마형 관광지 중심으로 운행
동부는 거문·다랑쉬 등 오름을 둘러봐
  • 등록 2017-09-22 오전 12:00:02

    수정 2017-09-22 오전 12:00:02

용눈이 오름에서 바라본 동부 중산간 순환버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제주 뚜벅이 여행자 사이에 버스여행이 뜨고 있다. 최근 한라산 중산간 일대를 둘러보는 ‘관광지 순환버스’ 노선이 새로 생기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서부지역과 동부지역의 2개 노선에 총 16대의 버스를 운행한다. 한번 요금을 내면 하루에도 여러차례 타고 내릴 수 있는 관광지 투어버스와는 달리 승차 때마다 요금을 내야 한다. 다행히 시내버스 요금 수준인 1150원 선이라 그다지 부담스럽지도 않다. 게다가 여행안내사 자격증을 보유한 교통관광 도우미가 버스에 함께 타 안내를 돕는다. 요즘 세상에 버스여행이 조금 어색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천천히 달리는 버스를 타다 보면 제주 중산간이 품은 낭만을 느리게 만날 수 있는 진정한 뚜벅이 여행이다.

저지오름에서 바라본 저지리마을
◇관광지 호핑투어…제주 서부 중산간 버스

제주 서부 중산간 코스는 테마형 관광지를 중심으로 운행한다. 버스는 제주 서부 중산간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모두 다 들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버스는 서귀포 안덕면 동광 육거리 부근의 동광환승센터에서 출발하지만 꼭 여기서만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820-1번(반시계방향), 820-2번(시계방향)을 탈수 있는 곳은 동광환승센터, 세계자동차 박물관, 서광리마을, 노리매, 구억리ㆍ신평리 마을, 제주평화박물관, 저지오름, 저지리 현대미술관, 방림원, 생각하는 정원, 환상숲 곶자왈, 오설록 티뮤지엄, 항공우주박물관, 신화역사공원 등이다. 대정으로 가고 싶으면 신평리에서 761-3번을, 저지리에서 제주서부끝 지질 절경 수월봉으로 가려면 772-2번 등을 타면 된다.

모두 이름값을 하는 유명 관광지들이다. 특히 초록의 다원이 끝 없이 펼쳐지는 오설록 티 뮤지엄은 겨울에도 청량한 초록빛을 만날 수 있어 늦가을부터 이른봄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목적지다. 지난 2014년 문을 연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항공과 우주를 테마로, 교육과 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한 아시아 최대 항공우주 전문 박물관이다. 박물관 안에는 39대의 실물 비행기가 전시돼 있다.

초록의 다원이 끝없이 펼쳐지는 오설록 티 뮤지엄
우거진 난대림 숲으로 이뤄진 환상 숲 곶자왈과 산양곶자왈 앞에도 각각 정류장이 있다. 곶자왈은 가시덤불과 나무들이 혼재해 있는 지형을 이르는 말. 신비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곶자왈에는 마치 숲의 정령이 깃들여 있는 듯하다. 곶자왈을 거쳐 버스는 1968년 분재 재배농장으로 시작해 국가지정 민간정원 1호로 지정된 ‘생각하는 정원’에 선다. 잘 가꾼 정원의 경관도 훌륭하지만, 불모지를 이렇게 빼어난 정원으로 가꿔낸 노고에 마음이 숙연해지는 곳이다.

아름다운 숲 전국 대상을 받은 저지오름에 오르면 저지리 마을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그 아래 저지리마을에는 제주현대미술관, 야외전시관, 갤러리 등이 있어 천천히 걸으며 마을 곳곳에 있는 예술작품들을 둘러보기 좋다.

제주 현대미술관 정류장에서 내리면 김창렬 도립미술관,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야생화 농원 방림원 등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의 현장을 둘러볼 수 있는 제주 평화박물관도 인상적인 곳이다. 구억리 마을의 노리매 공원은 이른 봄에 찾아가 볼 만한 곳이다. 노리매 공원은 매화를 테마로 한 공원인데, 해마다 이른 봄이면 공원 가득 심은 매화가 피어나 고고한 향기를 피워낸다. 노리매 공원의 제철은 봄이지만 9월에도 꽃잔디와 야생화가 만발한다. 소인국 테마파크와 세계자동차박물관 등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적당한 곳이다.

일출 무렵 다랑쉬 오름에 올라 바라본 전경
◇거문·다랑쉬·용눈이 오름 순환형 투어 ‘동부 중산간 버스’

아부오름
제주 동부 중산간 일대는 오름의 전시장이라 할 만큼 많은 오름이 있다. 초록의 들판에 봉긋하게 솟아오른 오름들이 부드럽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이런 지형 탓인지 동부 중산간에는 사설 관광지보다는 자연 관광지가 특히 많다. 동부지역 관광지 순환버스는 많은 오름들을 경유해 운행하니 ‘오름 순환버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발지점은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의 대천교차로 인근의 대천환승센터. 서부지역 관광지 순환버스와 마찬가지로 버스요금은 1회 탑승에 1150원이다. 810-1번 버스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810-2번 버스는 시계방향으로 순환한다.

버스는 제주 동부의 이름난 오름을 빼놓지 않고 들른다. 버스가 처음으로 정차하는 곳은 거문오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화산체에서 흘러나온 용암류가 해안선까지 흘러가면서 김녕굴과 만장굴 등 자그마치 20여개의 동굴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 뿐아니라 오름 곳곳에서 만나는 비경과 독특한 생태는 탄성을 자아내기에도 충분한다. 세계자연유산센터 버스정류장 인근에 거문오름이 있다. 거문오름은 하루 450명, 한 팀당 50명까지 예약을 받아 출입을 허락한다.

거문오름 세계자연유산센터
제주 습지의 생태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동백동산에도 버스가 정차한다. 동백동산은 생태학적 가치에 비해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여행지다.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거문오름 일대에서 뿜어져 나온 용암이 흘러 만들어진 암반층이 넓게 분포해 있고, 물웅덩이나 소 같은 형태의 습지를 조성했다. 동백나무 군락 외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어 학술적인 가치도 높다. 선흘동백동산 습지센터를 시작으로 긴 숲을 향한 걸음을 걷다보면 먼물깍 습지를 만나게 된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자연환경해설사 투어를 진행한다.

거문오름 외에도 버스는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는 다랑쉬오름, 들판 위로 펼쳐지는 능선이 가장 회화적인 용눈이오름, 일대 오름의 유려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특급 조망대로 꼽히는 손지오름 등을 들른다. 작지만 아기자기한 아부오름, 거슨세미오름, 안돌오름, 밧돌오름, 민오름, 알밤오름, 어대오름, 돈지오름 앞에도 차가 선다. 동부 중산간에는 워낙 오름이 촘촘하게 솟아 있어 첫머리와 끝머리를 정해놓고 오름과 오름을 이어붙이면서 걸을 수도 있다. 거슨세미오름과 민오름 부근에는 소와 말을 방목하는 송당목장이 있는데,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삼나무가 도열해 까마득한 소실점을 이루는 목장길의 정취가 그만이다. 목장 안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도 남아 있다.

버스는 수령 500∼800년의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제주의 명소 비자림을 비롯해 현무암과 나무로 조성된 5㎞의 미로가 펼쳐진 미로테마파크인 메이즈랜드 등의 관광지에도 선다. 아기자기한 다원과 동굴 찻집이 있는 다희연과 한 세대 전의 누추했지만 따스했던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선녀와 나무꾼’ 등에도 정류장이 마련돼 있다.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오조만에서 패러세일링을 즐기는 사람들
◇여행메모

△잠잘곳= 중산간 버스를 이용한다면 서귀포 안덕면의 항공우주호텔, 토마스하우스, 더살다, 두린벨쉼빵, 텔레스코프 등을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먹을곳= 제주시 조천읍 빌레와너드랑은 나물비빔밥과 들깨칼국수, 선흘방주할머니식당은 삼색곰취만두와 두부한접시, 제주시 구좌읍의 웅스키친은 파스타와 샌드위치, 한울랜드는 돔베고기정식과 고등어구이, 메이즈웰빙한식당은 한식뷔페 등을 제주도청에서는 추천했다. 제주시 연동의 ‘앞뱅디 식당’은 제주 전통음식인 각재기와 멜을 이용한 국과 조림 등을 내놓는다. 서귀포 쪽에서는 모슬포구를 가야만 제대로 된 먹을 거리가 있다. 모슬포 포구의 모슬포 포구 식당에서는 벵어돔은 물론 방어, 각재기, 무늬오징어 등 제주 앞바다에서 잡히는 다양한 어종으로 만든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각재기국
멜조림
모슬포 포구 식당의 방어회
모슬포 포구 식당의 우럭 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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