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에 ‘적정 공사비’ 보장…건설고용 확대 여력 키워줘야

건설투자 감소로 발주물량 급감
저가수주 겹쳐 채용인원 크게 줄어
"적정공사비, 고용 낙수 효과 클 듯"
  • 등록 2019-06-18 오전 4:05:00

    수정 2019-06-18 오전 4:05:0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박민 기자] 이달 초 전국의 건설현장을 ‘올스톱’ 시켰던 타워크레인 노조의 파업을 비롯해 건설노조의 ‘노조원 채용 강요’ 등의 도 넘는 부당행위는 일자리 잠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건설투자가 1997년 ‘IMF 외환위기’ 수준으로 줄어든 데다, 건설업 취업자 수도 올해 들어 감소 추세로 돌아서면서 노조의 ‘밥그릇 쟁탈전’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자리 문제로 불거진 노조의 고용 개입 문제는 단순히 일개 노조의 일탈로만 치부할 게 아니다”며 “적정공사비·적정임금만 제대로 확보해도 건설근로자의 양적, 질적 고용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투자 3분기 연속 5% 이상 감소 ‘외환위기 수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간한 ‘건설동향브리핑’에 따르면 건설경기의 대표적 동행지표인 건설투자는 작년 2분기부터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1.5% ↓)로 돌아섰고, 3분기 이후부터는 분기마다 줄곧 전년 동기 대비 5% 이상 감소했다. 이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작년 3분기(61조원)에는 전년보다 8.9% 줄어 19년래 최대 감소율을 찍었다. 4분기(63조6000억원)에도 5.9%, 올해 1분기(46조6000억원)도 7.4%로 각각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줄면서 감소폭을 키우고 있다.

이홍일 연구위원은 “그간 민간 건설경기 침체시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공공부문 투자를 증액해 완충 역할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마저도 부진했다“며 “건설투자가 빠르게 감소함에 따라 경제 성장 기여율과 기여도도 급속히 하락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건설업체들의 연간 건설수주액(건설공사계약액)은 3년 연속 내리막 길을 타고 있다. 2016년 164억8757원에서 2017년 160억5282원, 2018년 154억5277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 건축 부문 발주물량이 크게 줄었고,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민간 건축 발주량도 일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 불황은 ‘원청 →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제 구조속에서 맨 아래에 있는 회사일수록 타격이 더 크다. 어떻게든 일감을 따내야 하는 수주 경쟁에서는 저가 투찰이 불가피하다보니 수익률은 더 쪼그라드는 구조다. 여기에 건설 기계·일용직 고용 최전선에 있는 전문건설회사는 현장에 투입할 젊은 인력이 절실하다보니 외국인 불법 고용이란 악순환까지 처해있다.

전문건설회사 한 관계자는 “기한 내 공사 완료를 요구하는 원청사들의 갑질과 자기네 소속 조합원을 고용해달라는 노조의 압박이 맞물리면서 하도급업체들은 이중으로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서울 지역 조합원은 대략 3000명인데 이중 올 들어 실업자만 약 500명에 달한다”며 “건설사에 취업 강짜를 놓는게 아니라 외국인 불법고용 중단과 내국인 우선 고용 등 합법적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건설업 일자리 감소는 통계치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산업별 취업자 현황에서 올 들어 건설업 취업자 200만명 선이 무너졌다. 작년 12월 207만4000명에서 올해 4월 현재 199만3000명으로 4% 가까이 줄었다. 생존권과 직결된 일자리가 줄어들자 일부 건설현장은 자기 소속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며 노·노간 ‘알력 다툼’을 하는 곳도 비일비재하다.

건산연은 올해 건설투자가 최소 3% 이상 감소해 전체 취업자 수가 11만 8000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박철한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건설업 취업자 수 지표는 건설투자보다 2∼3분기 후행하기 때문에 2020년까지 취업자 감소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적정공사비 “고용 여력 확대효과 클 것”

전문가들은 건설현장의 일자리 문제는 건설 수주산업 특유의 고용 불안, 젊은층의 건설현장 기피 등이 총제적으로 궤를 같이 하는 만큼 근원적인 처방전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홍성호 연구실장은 “정부가 지금에라도 건설현장의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노·사·정 협력에 나선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적정 수준의 낙찰률 보장을 통한 적정공사비를 확보하면 건설 근로자 다수를 고용하고 직접 생산하는 낙수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저가수주 부담 전가가 가능한 건설업의 생산구조에서는 임금체불과 외국인 불법 고용, 숙련인력 기반 붕괴 등의 우려가 여전한 만큼 보완장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재희 민주노총 건설노조 교선국장은 “자국민 기능공을 양산할 수 있는 교육 및 관리기관을 늘려야 한다”며 “또 적정임금을 도입해도 인건비가 삭감없이 하도급업체로 내려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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