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인생영업]전략의 승리

  • 등록 2019-06-20 오전 5:00:00

    수정 2019-06-20 오전 5:00:00

[신동민 머크 생명공학 R&A 컨트리헤드·‘나는 내성적인 영업자입니다’ 저자]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무기중의 하나가 독일 잠수함인 유보트(U-Boat)이다. 유보트는 물밑의 보트 (Under-Sea-Boat)를 줄여서 부른 이름으로 독일이 운영한 잠수함을 통칭한다. 해군 전력에서 열세를 면치 못한 독일이었지만 1, 2차 세계대전동안 유보트는 대서양과 지중해를 공포의 바다로 만들었다.
특히 미국으로부터 대서양을 통해 군수물자를 공급받던 영국은 독일의 잠수함 공격으로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수세기 동안 세계의 대양을 지배했던 영국은 구축함, 순양함 그리고 항공모함까지 유보트에 격침되면서 무참히 무너졌다. 영국의 처칠 수상은 “2차 대전 기간에 나를 가장 두렵게 한 것은 유보트였다”라고 말 할 정도였다.

한편 1941년까지는 미국은 전쟁에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1941년 10월말 수송선단을 호위하던 미 해군 구축함 루벤 제임스함은 유보트가 발사한 어뢰에 명중당하고 두동강이 나서 침몰해버렸다. 결국 100여명이 넘는 미국 승조원들이 사망 실종했다. 미국과 독일은 잦은 충돌로 긴장관계에 있었지만 루벤 제임스함의 격침은 미국의 중립조약을 폐기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고,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격과 함께 미국은 전격적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을 하게 되었다.

독일은 미국의 참전을 두려워했지만 결국 미국과 전쟁을 시작하게 되었고, 독일은 즉각적으로 미국의 동해안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아직까지 전쟁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고, 독일 유보트가 미국 해안을 공격할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해안은 유보트에 최고의 사냥터였다. 캐나다에서 카리브 해까지 뻗은 해안에 수송선박들이 널려 있었고, 중남미에서 석유공급을 위해서 대형 유조선들이 아무런 보호 없이 항해하고 있었다. 1942년 초 유보트는 200만 톤(t)이 넘는 397척을 격침시키는 엄청난 전과를 올렸다. 당시 기록에는 무방비 상태인 표적이 온 바다에 널려 있어서 닥치는 대로 공격을 했다고 한다.

독일은 수많은 수송선을 침몰시켰지만 독일이 생각한 만큼 미국에는 치명적이지 않았다. 유보트가 전쟁기간동안 격침시킨 유조선과 상선(수송선)이 1500만t 가량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혔지만, 미국 혼자서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이 2500만t이었다. 독일은 미국의 선박 건조능력을 1000만t 정도로 예상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독일은 엄청난 전과를 얻었지만, 미국은 건재했고 지속적으로 엄청난 양의 수송선과 전함을 생산해냈다. 실제 미국은 2차 대전동안 110척의 항공모함을 구축할 정도로 엄청난 생산량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생산 능력이 부족한 영국은 미국에 첨단 전자 기술을 제공하는 결단을 내리고, 미국은 생산능력을 총가동하기 시작한다. 미국과 영국의 연합군은 구축함과 항공기에 첨단 레이더 기술을 장착하면서 유보트는 활동범위가 제약되기 시작했다. 육안으로 파악하기 힘들었던 잠수함을 레이더로 파악하기 시작한 것은 획기적이었다. 그리고 미국은 풍부한 전쟁 물자로 호위선단에 항공모함을 배치하면서 독일의 유보트는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오히려 사냥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결국 유보트의 눈부신 활약은 마감하게 되었다. 2차 대전 중에 4만 명의 유보트 수병들 중 3만5000명이 수장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독일은 미국과 영국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지만 결과적으로 전쟁에서 지게 된다.

독일은 전략에 실패했다. 우선 상대의 전력을 파악하는데 실패했고, 상대의 기술적 진보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이런 전략의 실패는 초기의 작은 전투에서는 이겼으나 전쟁에서 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략이라는 용어자체가 전쟁에서 탄생했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흔히 전쟁터 같다고 이야기하는 영업에서 전략은 더욱더 중요하다. 예전처럼 기본적인 시장의 수요가 있어 풍부한 목표가 있던 시절에는 간단한 전략으로도 작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렇지만 경쟁자의 숫자가 늘어나고, 기술이 평준화된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략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많은 고객에게 접근을 해서 확률적으로 성공을 바라는 저인망식 영업은 성과를 보장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접근은 비용만 발생시키는 시대착오적인 방식이다.

최근 디지털 기술이 영업의 전략과 전술을 첨단화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영업직원의 경험과 감에 의존하던 잠재고객의 발굴도 데이터만 있다면 인공지능(AI) 기술이 예측을 해준다. 전쟁에서의 레이더 기술과 분석 기술에 준할 만하다. 이런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비록 작은 전투에서는 이기더라도 전쟁에서 지는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략과 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정확한 목표설정과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열심히 하는데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 영업직원들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한 전략이 없고, 첨단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는 공통점이 있다. 야구에서 타자의 타율이 중요하듯이 영업을 하는 사람들도 성공률이 중요하다. 무작정 고객에게 접근하기보다는 고객군을 잘 정리하고 소수의 상위 잠재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이 전체 매출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 상식적으로는 많은 고객이 유리할 것 같지만 누구나 시간, 비용 등에서 제한이 있기 때문에 관리의 한계에 부딪힌다. 고객의 숫자가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선정된 고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확실한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독일의 잠수함 전략은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는데 실패했으며, 전략적 경쟁우위를 확보하는데도 실패했다. 상대적으로 미국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확실히 파악하고, 경쟁우위를 이용해서 상대를 공격했다. 자원의 우위를 전략적으로 이용해서 승리를 한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우리는 상황을 얼마나 냉철히 파악하고 있는가? 우리가 가진 것을 잘 이해하고, 상대의 전력을 파악하고 철저한 전략을 세우고 있는가? 명확한 전략과 목표가 우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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