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용익의 록코노믹스]본조비 히트곡의 배경이 된 ‘낙수효과’

  • 등록 2020-04-04 오전 4:04:04

    수정 2020-04-04 오전 4:04:04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란 고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소비 및 투자 확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도 증가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 말은 1929년 대공황 당시 미국 유머 작가인 윌 로저스가 허버트 후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비꼬면서 “상류층 손에 넘어간 모든 돈이 부디 빈민들에게도 낙수(trickle down)되기를 고대한다”고 말한 것에서 유래했다. 그로부터 50여년이 흐른 뒤 1981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은 낙수효과를 근간으로 한 경제정책을 펼쳤다.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다.

레이거노믹스는 정부 지출 축소와 함께 소득세 감세와 기업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레이건 행정부는 민간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미국 경제를 활성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레이건 대통령 재임 기간인 1981년부터 1989년까지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연 평균 3.2% 성장했다. 이는 레이건 직전(카터)과 직후(아버지 부시) 행정부의 성장률보다 높은 수치다.

본 조비가 1986년 발표한 히트곡 “Livin' On a Prayer”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탄생했다. 본 조비의 리더인 존 본 조비는 지난 2002년 인터뷰에서 “이 곡은 레이건 시대의 경제 낙수효과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노래의 가사에는 남녀 주인공 토미와 지나가 등장한다. (이 주인공들은 본 조비가 2000년에 발표한 “It's My Life”에도 다시 나온다.) 가사에 따르면 부두에서 일하던 토미는 노동조합의 파업 때문에 월급을 받지 못하고, 지나는 토미를 위해 돈을 벌려고 식당에서 하루종일 일한다. 그러나 이들은 사랑을 위해 힘든 시간을 견딘다. 삶에 지친 지나가 밤에 울면 토미는 언젠가 나아질 거라며 위로한다.

주목할 점은 노래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옛날에’라는 나레이션이다. 토미와 지나의 이야기가 노래가 발표된 시점보다 과거에 있었던 일이라는 의미다. 즉 레이건 행정부 이전인 민주당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노동자들이 겪은 경제적 어려움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카터 대통령 당시 미국 경제는 급속도로 나빠졌다. 임기의 마지막 해인 1980년에는 인플레이션은 12.4%, 실업률은 7.5%까지 올라갔다.

실제로 이 노래의 가사는 존 본 조비와 데스몬드 차일드가 1970년대에 경험했던 일들을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한다. 존 본 조비는 당시 여자친구가 임신했다는 소식에 야구 선수의 꿈을 접고 돈을 벌기 위해 공장에 취직했다. 뉴욕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던 데스몬드 차일드의 여자친구는 식당 웨이트리스였고, 그녀의 별명은 지나였다. 힘든 시기를 사랑의 힘으로 견디며 더 나은 미래를 꿈꿨던 경험이 “Livin' On a Prayer” 가사에 그대로 녹아있는 셈이다.

“Livin' On a Prayer”가 발표된 1986년에는 미국 경제가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선 상태였다. 낙수효과로 인해 부자뿐 아니라 서민들도 예전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시대를 초월한 노동자들의 희망가로 꼽히는 “Livin' On a Prayer”는 사실 레이거노믹스에 대한 찬가인 셈이다.

한편 본 조비는 “You Give Love a Bad Name”과 “Livin' On a Prayer”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연달아 오르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들 곡이 수록된 3집 앨범 ‘Slippery When Wet’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8주간 머물렀고,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1200만장 넘게 판매되며 본 조비 앨범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음반으로 기록됐다.

본 조비 “Livin' on a Prayer” 싱글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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