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인링 ‘뜨거운 오후’(사진=스페이스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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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바람이 불었는지, 슬쩍 거둬낸 건지. 날리고 접힌 커튼 뒤로 희한한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은 사람인데 다리에 딱딱한 껍질이 덮인 ‘반은 인간이고 반은 가재’인 생명체. 계단을 내려오느라 안간힘을 쓰는 수고가 절절하다. 프란츠 카프카가 쓴 소설 ‘변신’의 회화버전이라고 할까.
쉽게 상상할 수 없는 허구를 현실과 뒤엉켜낸 작품은 대만 작가 슈인링(33)의 것이다. 작가의 독특한 작품세계는 사람에 대한 관심·애정에서 출발한단다. 문명사회가 행하는 폭력·압제에 무기력하게 굴복해야 하는 인간의 처지를 ‘낯설게’ 고발해왔는데. 그저 상상만도 아니란다. 여행을 하고, 뉴스를 보고, 소설을 읽고,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세상의 톱니바퀴가 빼내는 현상을 예의주시한다고 했다.
섬세한 기이함 외에 접합지점이 따로 없이 제각각 ‘튀는’ 소재를 작품에 끌어낸 건 광범위한 스펙트럼 덕일 터. 난민정책, 노숙자문제, 요리와 풍속, 불면증과 치매 등등, 말로도 설명이 어려운 영역을 회화로 펼쳐내고 있으니. 단조로운 일상을 단숨에 깨버릴 ‘뜨거운 오후’(A Hot Afternoon·2014∼2015)가 바로 우리 얘기가 될 수도 있다는 암묵적인 경고인지도 모르겠다.
7월 3일까지 경기 과천시 코오롱로 스페이스K 과천서 양유연과 여는 2인전 ‘하얀 어둠’(White Darkness)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30×162㎝. 작가 소장. 스페이스K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