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협상 조건을 제시하거나 어처구니없는 지시를 일삼는 갑질이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금지법이 시행되고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직장인들의 갑질 호소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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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상추 뜯어오기”…“오늘도 견딥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올해 7월부터 지난 20일까지 접수받은 직장갑질 관련 제보를 공개했다. 해당 제보는 이메일을 통해 받았고, 882건의 제보 중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은 442건(중복집계)으로 50.1%에 달했다.
사무직으로 일하는 A씨는 올해 회사에서 감자와 옥수수를 삶고 텃밭에서 상추를 뜯어오라는 등 상사로부터 어처구니없는 지시를 받았다.
A씨는 “회사에서 밥을 해먹는데 직원들이 요리를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라며 “작은 회사에서 차(茶)를 내어가는 일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사와 인접한 곳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출퇴근 시 원치 않는 카풀을 해야 한다는 불만도 쏟아졌다.
직장인 C씨는 “원치 않지만 상사와 인근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출퇴근을 해야 한다. 직접 운전을 하면서 ‘집까지 모셔다 드린다’”며 “일의 연장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 확산 탓에 하반기 채용 시장도 ‘씨가 말랐다’”며 “부당한 대우를 견디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반쪽 짜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올해 반드시 개정해야”
코로나19 확산이 불러온 경기 침체 여파로 가뜩이나 좁은 취업문은 더 닫혔다.
상화이 이렇다보니 직장인들은 재취업과 이직의 기회가 줄어들어 최저임금과 폭언, 괴롭힘 등 각종 부당한 대우를 당하면서도 참고 견뎌내야 하는 처지다.
갑질을 당한 근로자들이 적절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처벌조항이 미비해 적용 범위 역시 한계를 보이는 등 법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여야 의원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개정안을 내놨다. 21대 국회에서 현재까지 발의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개정안은 총 15건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송옥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회사가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괴롭힘 가해자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거나(한정애 민주당 의원), 가해자가 회사 대표인 경우 처벌하는 조항을 담은 개정안(박대수 국민의힘 의원)등도 발의됐다.
아울러 직장 내 괴롭힘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개정안도 일부 발의됐다. 현행법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에게만 적용돼 대표의 가족들이 가해자일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이들도 처벌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직장갑질119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조항을 신설하라는 권고안을 채택했다. 여당의원들이 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도 정부·여당이 법안 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