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금리 상승, 2차 충격을 경계하라

작년 유동성이 끌어올린 주가, 1분기 美금리 상승에 주춤
금리 추가인상 가능성, 주식시장 자금 빠질수도
  • 등록 2021-04-14 오전 5:00:30

    수정 2021-04-14 오전 5:00:30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미국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을 구조적으로 변화시켰다. 지난 1년간 주가 상승은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 때문이었다. 작년 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 연준은 금융위기 때에도 하지 않았던 한 달 사이 1.5%포인트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석 달간 3조 달러의 돈도 풀었는데 그게 주가 상승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금리 상승으로 이 구조가 흔들린 것이다. 앞으로 주가가 유동성에 의해 계속 오르려면 작년과 비슷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영향으로 주가 상승이 주춤해졌다. 1분기에 그 경향이 특히 심했는데 금리의 방향이 바뀌는데다 석 달간 상승 폭이 1%포인트에 가까울 정도로 가팔라 유동성의 영향이 약해지는 효과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사정도 만만치 않다. 미국 금리가 인플레 여부에 의해 결정될 텐데 2분기에 기저효과로 물가가 3%까지 오른 후 빠르게 내려간다면 영향이 제한적이겠지만 하반기까지 인플레가 이어진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밖에 없어서다.

다행히 미국 10년물 금리가 1.7%에 도달한 후 더 이상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모습이 바뀐 건 사람들이 연준을 신뢰해서가 아니다. 금리 상승에 익숙해지면서 심리적인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상황도 비슷하다. 미국의 장기 금리가 2%를 넘어 2.5%까지 올라가더라도 주가 반응이 크지 않을 것이다. 1분기에 ‘금리 상승-주가 하락’을 겪으면서 투자자들에게 내성이 생겨 똑같은 상황에 대한 주가의 반응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이 주가를 직접 끌어내리는 1차 반응은 끝났다고 보는 게 맞다.

문제는 2차 반응이다. 금리 상승으로 투자자들이 채권을 투자 대상으로 인정하면 자금이동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데 중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의 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우리 국채 10년물 금리가 2.0%를 넘었다. 앞으로 금리 상승이 계속돼 2.5% 정도까지 오를 경우 A등급 회사채는 3.5%, 투자등급 회사채 중 가장 낮은 BBB+ 등급은 금리가 4% 중반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러면 채권이 상당한 투자매력을 가지게 된다. 대한항공이 BBB+ 등급에 속해 있는 회사채의 대표인데, 이 회사의 채권을 사놓으면 부도 위험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오랜 시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에 코스피가 처음 2000을 넘었다. 올 초에 3000을 돌파했으니까 13년 사이에 50% 오른 셈이 된다. 같은 시간에 A등급 회사채에 투자했다면 채권으로 주식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단순 이자수익만 따져도 그런데, 채권가격이 올라서 생긴 이익과 후순위채 같이 금리가 더 높은 상품에 투자할 경우 둘 사이의 수익률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작년에는 시중금리가 1%대 초반까지 내려간 데다 금리의 방향성까지 밑으로 향했기 때문에 채권투자를 할 수 없었지만 올해는 얘기가 다르다. 채권을 통해 괜찮은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면 주식에 몰려있던 자금이 다른 곳으로 흩어지게 된다. 작년은 주식시장 입장에서 최고의 환경이었다. 금리가 낮아 경쟁자 없이 혼자 유동성을 독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다르다. 주가가 지나치게 높아진 상태에서 금리 상승으로 채권의 경쟁력이 높아져 자금의 일부를 나눠줄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됐다.

금리 상승의 1차 영향은 석 달간 집중적으로 나타났고, 명확한 실체를 가지고 있어 대응이 가능했지만 2차는 다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영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실체를 볼 수 없다. 어떻게 보면 2차 영향이 더 무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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