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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둠이 내린 궁궐의 밤. 구름을 슬쩍 벗겨낸 달이 지붕에 올라탔다. 날렵하고 정교한 처마와 단청이 그제야 윤곽을 드러낸다. 담벼락이 가둔 경복궁 근정전이었구나.
왠지 처연한 이 전경은 작가 신선주(49)의 예리하고 무던한 붓끝이 빚었다. 작가는 건축물과 그 공간을 그린다. 특히 전통 목부재 건축을 부각하는 데 공을 들이는데. 예전에는 아니었다. 현미경으로 헤집듯 세상 건축물의 낯선 풍광을 캐냈더랬다.
색감에도 변화를 줬다. 고집해온 흑백에 색을 들였는데, 퍼렇다 못해 검은, 퍼렇다 못해 허연 ‘푸른’이 먼저다. 이 정도에도 작가는 ‘조심스러웠다’고, 그 무게감은 ‘로열블루’란 이름에 실었다. 하지만 그 덕에 말이다. 여긴 새로운 세상인 듯하다. ‘블루 클라우드-경복궁 근정전’(2021)이다.
5월 20일까지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 갤러리BK서 여는 개인전 ‘검은 색조의 방식-로열블루’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파스텔·아크릴·새김. 91×116.8㎝. 작가 소장. 갤러리B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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