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꺾이지 않는 가계부채, 집값 못 잡으면 백약이 무효다

  • 등록 2021-10-15 오전 5:00:00

    수정 2021-10-15 오전 5:00:00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금융당국이 강력한 총량 규제를 시행해도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6조 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9월 기준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며 8월(6조 1000억원)보다도 증가 규모가 커졌다. 증가 요인을 보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5조 7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주담대 중에서도 전세자금대출(2조 5000억원) 증가가 두드러졌다.

광의의 가계부채인 가계신용(은행권 및 비은행권 가계대출에 판매신용을 합친 것)은 지난 6월말 현재 1805조 9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이 무려 10.3%(168조 6000억원)로 ‘브레이크 없는 폭주’다.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라는 지적도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통화 및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폭증세를 제어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한은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고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이 6%를 넘지 않도록 하는 강력한 총량 규제를 발동했다. 그럼에도 가계빚 폭증에는 ‘백약이 무효’라는 얘기가 나온다.

통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총력전이 벽에 부딪친 가운데 경제학계가 가계대출 증가 요인 및 해법과 관련해 당국과 상반된 시각을 내놓아 주목된다. 한국경제학회가 국내 중진 경제학자 28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가 가계대출 증가 원인으로 주거비 자금 수요를 꼽았다. 주택 공급 실패로 폭등한 집값과 전셋값을 마련하느라 가계대출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해법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1%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들어 ‘금리정책 및 유동성 관리’(18%)가 필요하다는 응답자보다 월등히 많았다.

당국은 그동안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저금리를 지목해 왔다. 그런 측면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빚 내서 집을 사는 행태는 저금리보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한 부분이 더 크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아무리 저금리라고 해도 빚내서 집을 사둘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해법은 부동산 정책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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