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은 '희생'입니다

의료계 전문가부터 고등학생까지
15명의 저자가 쓴 '코로나 징비록'
기준 없는 거리두기에 강요된 희생
그토록 자화자찬하던 K방역은 없어
혹시 있다면 국민의 헌신 덕…
  • 등록 2021-12-29 오전 5:35:00

    수정 2021-12-29 오전 5:35: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K방역’을 내세웠던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선언한 지 1개월 반 만에 다시금 ‘거리두기 강화’로 방역 정책이 ‘유턴’하면서부터다. 오미크론 변이 발생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 따른 결정이지만, 그럼에도 2주간 “짧고 굵게” 하겠다던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4개월이나 지속된 걸 기억하는 국민 입장에선 정부의 방역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방역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지난 27일 서울 한 식당 앞에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적힌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이런 가운데 K방역의 이면을 돌아보는 책이 최근 출간돼 눈길을 끈다. 제목부터 도발적인 ‘K방역은 없다’다. 코로나19 발생부터 최근까지 지난 2년간 코로나19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형기 서울대 임상약리학과 교수를 필두로 의료계 전문가와 법조인, 펀드매니저, 소상공인과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분야의 저자 15명이 집필에 참여했다.

서문에 따르면 책은 당초 K방역의 영욕을 모두 살펴보는 방향으로 기획됐다. ‘코로나 징비록’이라는 부제를 내건 이유다. ‘징비록’은 조선 선조 때 류성룡이 임진왜란의 원인과 실태를 쓴 책으로, ‘징비’는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중증 환자를 비롯한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 속에서 저자들은 K방역에 ‘영’보다는 ‘욕’이 많다고 판단했다. 이에 책은 먼 훗날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백서에는 담기지 않을 K방역의 문제점에 보다 초점을 맞췄다.

총 4부의 구성으로 1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맞서 험난한 역경을 극복해온 현장과 삶의 모습을 담담히 전달한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지난 2년간 K방역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고등학생인 유영찬 군이 쓴 글이다. 정부가 학교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전면 등교 등을 강행하는 동안 학생과 교사 등이 교육 일선에서 경험한 불안과 공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유영찬 군은 “코로나19 팬데믹의 교육현장은 마치 자연재해에 거꾸러진 농부가 된 기분이었다”며 교육현장의 방역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2부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K방역의 빛과 그림자를 분석한다. 응급의학전문의가 바라본 방역 정책의 문제, 방역 전문가와 정치권의 이견으로 생겨나는 방역 정책의 혼선, K방역이 외면한 자유권 침해 등 여러 가지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3부는 K방역에 가려져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해외의 방역 대응을 소개한다. 반일감정으로 인해 평가 절하된 일본의 방역 대응의 실제 현실, 백신 접종은 어느 나라보다 빨랐지만 확진자 관리 등 실질적인 코로나19 대응에는 정작 실패한 영국의 사례 등을 통해 한국의 방역 정책이 보완해야 할 점을 제시한다. 마지막 4부는 저자들이 참여한 이메일 대담회로 K방역에 대한 저자들의 보다 생생한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저자들이 K방역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들은 빠른 코로나19 검사법 확산, 드라이브스루 검사 방식 도입,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 등은 K방역의 긍정적인 부산물이라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명확한 기준 없이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개인의 희생이 뒤따른 점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자화자찬하는 K방역은 분명 실체가 없지만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와 순응, 희생 위에 쌓아올린 K방역의 토대마저 부인할 수는 없다”며 “K방역이 ‘혹시’라도 있다면 그것은 정부의 공로가 아니라 국민의 희생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라는 저자들의 말은 지금의 정부가 되새겨야 할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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