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도 직원도 원치 않지만"…고용시장 한 축이 된 초단기 알바

편의점 등 프랜차이즈서 초단기근로 성행
인건비 급상승·MZ세대 노동관 변화·정규직 감소 등 원인으로 꼽혀
주휴수당 포함한 2021년 실질 최저임금 1만992원
안정적 일자리 구하기 어려워…주휴수당 요건 높여야
  • 등록 2022-11-22 오전 5:00:07

    수정 2022-11-22 오전 6:09:14

[이데일리 윤정훈 남궁민관 기자] “점포당 인건비만 매달 600만원 나옵니다. 적자를 면하려면 주휴수당이라도 아껴야 됩니다.”

지난 2015년부터 대구 지역에 편의점 가맹점포를 2곳을 운영하는 A씨는 20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같이 하소연했다. 그는 “초단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건 매우 바쁠 때 이용하던 방편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됐다”며 “편의점뿐 아니라 식당, 카페 등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모든 업종이 주휴수당 때문에 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이 모두 원하지 않아도 초단기 근무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계산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매출 매년 감소…인건비 부담 감당할 수 없어”

초단기 근무는 1주간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를 뜻한다. 1주일을 만근할 경우 발생하는 유급휴일 수당인 주휴수당을 받을 수 없다. 이에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주휴수당, 연차휴가 등을 챙겨줘야 하는 주 5일(40시간)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실제로 초단기 근로자 비중은 상당한 수준이다. ‘알바연대’가 지난 9월13일부터 10월13일까지 알바생 434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근로계약으로 정한 근로시간이 주 15시간 미만이라고 답한 비율이 34%로 가장 높았다. 주 15~40시간이 30%, 주 40시간이 26%로 뒤를 이었다.

초단기 근무가 늘어난 이유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MZ 세대의 노동관 변화 △정규직의 감소 △노동자 편향적 노동정책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편의점의 경우 4~5년 전 만해도 1주일에 3~4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면 지금은 8~9명을 쪼개기로 채용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시급 1만원을 적용했을 때 아르바이트생 1명의 월 주휴수당은 약 32만원(주 40시간x4주)이다. 모든 근로자를 초단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다면 월 100만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

A씨는 “2017년까지만 해도 나뿐만 아니라 동료 점주들도 ‘편의점 사업은 해 볼 만 하다’며 추천했다”면서 “2018년부터 최저임금이 급등하고 주휴수당 지급이 일반화하면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전했다. 이어 “점주도 아르바이트생도 안정적인 장기근무를 원하지만 주휴수당 지급에 점주들이 부담을 느끼는 탓에 초단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올해 9160원으로 5년 만에 41%가 올랐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992원이다. 반면 편의점의 연평균 매출은(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2018년 5억7100만원에서 지난해 5억4300만원으로 매년 5%씩 감소하고 있다.

은퇴 후 서울 강북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B씨는 “매출이 변변치가 않아서 인건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평일엔 부부가 교대로 일하고 주말에만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있다”며 “업무에 좀 익숙해졌다고 싶으면 그만두는 경우가 빈번하다. 매월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을 뽑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초단기 아르바이트가 현실적으로 불가피해지면서 ‘노동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 이는 점주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불편함을 끼치는 상황이다.

A씨는 “요즘 젊은 아르바이트생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접객이다. 서비스 마인드를 습관화하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리기 때문”이라며 “최근 편의점은 배달에 은행, 택배까지 생활밀착형 서비스부터 각종 할인 행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를 모두 익히려면 3개월은 걸리는데 대부분 초단기 아르바이트생은 3개월을 채우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향을 받은 편의점, 카페 고용주들은 주휴수당 부담을 줄이려고 쪼개기 고용을 늘리고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시급은 올랐는데 고용의 질은 퇴보하고 있다”며 “‘을과 을의 싸움’이 되지 않도록 여야가 관련 법규 개정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의점 직원이 매대를 정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주5일 편의점 알바하려고 왕복 1.5시간 출퇴근”


구직자 입장에서도 주휴수당까지 받을 수 있는 주 5일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졌다.

경기도 과천시에 거주하는 대학생 C씨는 집에서 40~50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에서 주 5일 오전 근무를 한다. C씨는 “집근처 편의점에서는 주 2일(1일 7시간 근무) 일자리밖에 없어서 서울까지 와서 일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이 올라서 좋지만 한편으로는 예전보다 주 5일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주 2일 아르바이트만으로는 생활비가 부족해서 투잡을 뛰는 경우도 다반사다. 편의점 2곳에서만 일한다는 20대 D씨는 “주 30시간 이상 일하고 싶은데 찾고 있는 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다”며 “주휴수당을 포기하고 평일과 주말 2곳의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초단기 근로자가 급증한 배경은 MZ세대가 ‘저강도 고수익’의 단기근무를 선호하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쿠팡, 배달의민족 등을 통해 물류센터나 배달업무 등 자신이 원하는 시간만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에서 PT숍을 운영하는 30대 사장 E씨는 “일요일에 데스크 업무와 마무리 청소를 할 직원이 필요해서 주 1일만 일하는 대학생을 고용하고 있다”며 “몇 주 지나지 않아서 그만두는 친구들이 많다. 이유를 들어보니 업무강도가 낮고 자유시간에 공부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라는 답변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스펙을 쌓기 위해 단기간 근로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 F씨는 “의류, 유통업계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유니클로에서 주말에만 석 달간 일했다”며 “연장·주휴수당을 칼같이 챙겨주고, 30% 직원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국편의점협의회 관계자는 “주휴수당과 4대 보험료 등 실질 최저임금은 1만3000원에 달한다”면서 “주휴수당은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하고 지급요건 역시 주당 15시간 근무에서 최대 35시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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