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신재민 속앓이’…“돈키호테” Vs “노이즈 마케팅”

‘공무상 비밀누설’ 고발했지만 직원들 고민 깊어
“논의가 외압으로 둔갑..퇴직 후 극단적 주장”
“신재민 진정성 있어, 상생하는 방안 찾아야”
신재민 “친정에 죄송, 공익신고자 또 나오길”
  • 등록 2019-01-03 오전 12:30:00

    수정 2019-01-03 오전 12:30:00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제보자가 숨어 다니고 사회에서 매장 당하는 모습이 되면 안 된다”며 “즐겁게 제보하고 유쾌하게 영상을 찍는 것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유튜브 영상을 찍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조진영 기자] 기획재정부가 신재민 전 사무관을 고발하자 기재부 내부 직원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이 일방적인 노이즈 마케팅을 한 만큼 강경 대응을 하자는 주장과 순수한 공익적 의도가 있는 만큼 상생하는 대안을 찾자는 의견이 엇갈린다. 장외 공방전이 치열해질수록 양측 모두 상처만 입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기재부 고발 “확실히 잘잘못 가릴 것”

윤태식 기재부 대변인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신 전 사무관을 오늘 오후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할 예정”이라며 “고발 죄명은 형법 127조의 공무상 비밀 누설 금지 위반,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 51조 위반”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날 오후 5시께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인은 ‘기획재정부(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홍남기)’다.

윤 대변인은 “처벌이나 제재 없이 지나간다고 하면 제2, 제3의 신재민 사건이 발생하면 공무원의 적절한 업무수행과 국정운영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확실히 잘잘못, 시시비비가 가려져야 한다. 추가 고발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기재부가 전직 직원을 이 같은 혐의로 고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기재부 윗선에선 신 전 사무관의 행보에 대한 반감이 강한 상황이다. A 씨는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주장한 게 공익인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러 논의를 했는데 무슨 외압을 넣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면 앞으로 어떤 얘기를 할 수 있겠나”며 “신 전 사무관은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B 씨는 “신 전 사무관은 성실하고 똑똑했고 근무 중에 비위 행위도 없었다”며 “왜 퇴직 후에 극단적인 주장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고발 조치로 오히려 후유증만 있을 것이란 우려도 컸다. C 씨는 “앞으로 범죄 여건(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조각사유, 책임조각사유)을 볼 텐데 누가 승소할지 불투명하다”며 “신 전 사무관은 순수한 돈키호테 같은 면이 있다. 같은 조직에 머물렀던 옛 동료와 정답 없는 분쟁을 하는 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D 씨는 “신 전 사무관의 진정성, 양심의 소리에 먼저 귀 기울였으면 한다.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청와대·기재부의 업무 범위, 일하는 방식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면서 “앞으로 신 전 사무관과 국가와의 싸움이 될 텐데 둘 다 상생하고 승자가 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신재민 진정성·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이 같은 엇갈린 분위기 때문에 기재부 노조에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대외주의 자료를 외부에 유출하면 되나’, ‘여러 의견을 조율하는 정책결정 과정에서 한 쪽이 일방적으로 잘못됐다고 하는 게 맞느냐’, ‘신 전 사무관의 행동을 지지·옹호한다’ 등 입장이 하나로 정리되지 않고 있다”며 “의견이 분분해 노조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체 실·국장들이 참석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했다. 홍 부총리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3시에 기자회견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데 회의하느라 보지 못했다”며 “보고를 받아 보고 얘기하겠다. (지금 몇몇 기자만 있는 자리에서) 말하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전 사무관은 2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에서 “친정(기재부)에 대한 배신감보다는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어떤 정치집단, 이익집단도 관련돼 있지 않다. 순수하게 이 나라, 행정조직이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익을 위해 제보하는 것인데 즐겁고 유쾌하게 (유튜브) 영상을 찍고 싶었다”며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나로 인해 공익신고자가 또 나왔으면 한다”며 “나는 누군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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