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큰소리 친 이기흥 체육회장, 권한 얼마나 세길래

  • 등록 2019-02-13 오전 6:00:00

    수정 2019-02-13 오전 6:00:00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1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대의원 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체육계 폭력·성폭력 문제와 관련해 책임론에 휩싸인 이기흥(64) 대한체육회장이 정부를 향해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기흥 회장은 지난 11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더 무책임할 수 있다”며 “2004년과 2007년에도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에 책임 있던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기흥 회장은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대한체육회(KSOC)의 분리를 추진하는 정부를 향해 “2032년 올림픽 유치에 도전하는 마당에 논리에 안 맞는다. 애들 장난이 아니다”고 거친 언사까지 아끼지 않았다.

이기흥 회장의 발언은 듣는 이들의 귀를 의심케 할 수준이다. 정부 방침이나 의지에 정면으로 맞선 내용이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매년 정부에서 4000억원 가량의 예산을 지원받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구조상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만 이기흥 회장은 오히려 큰소리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장은 ‘체육 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 체육계에서 막강한 권한과 권력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아마추어 스포츠 단체를 총괄, 지도하는 한국 체육의 수장이다. 대한체육회 산하에 속한 선수 및 체육인의 규모만 600만 명이 넘는다.

특히 대한체육회장 자리가 매력적인 이유는 대한체육회가 국가올림픽위원회(NOC)로서 독립적인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 헌장 27조 6항’에 따르면 “국가올림픽위원회는 정치·법·종교·경제적 압력을 비롯한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율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IOC는 해당 국가의 자격을 정지시킨 뒤 국제 스포츠 행사 참가를 금지시켜왔다. 대표적인 예가 쿠웨이트와 인도다. 쿠웨이트는 정부가 자국 올림픽위원장 및 경기단체장을 직접 임명했다는 이유로 IOC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쿠웨이트 선수단은 자국 국기 대신 올림픽기를 들고 입장했다. 인도 역시 올림픽위원회 집행부 선거에 정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IOC로부터 자격정지를 당했다.

IOC는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올림픽 정신을 지키고 NOC의 자율성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 불간섭 원칙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동메달 확정 후 독도 세리머니를 펼쳤던 축구대표팀 박종우에게 징계를 내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오영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지난달 16일 스포츠 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책임론을 묻는 질문에 “대한체육회는 IOC 산하 국가올림픽위원회의 지위와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발전을 위해 정부 예산을 받는 기타공공기관의 지위를 동시에 갖고 있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반복했다. 정부에서 대한체육회장의 거취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NOC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지적을 의식해서다.

정부가 지난 1968년 통합된 KOC와 KNOC를 뒤늦게 분리하려고 추진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KOC를 분리하지 않아 체육회가 올림픽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다수 국가가 체육회와 NOC를 분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50년 넘게 이어진 현 시스템을 한순간에 바꾸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당장 체육계의 반발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 IOC와의 마찰도 예상될 수 있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현재 대한체육회장은 대의원들의 투표로 뽑는 선출직이다. IOC라는 든든한 기둥도 뒤에 있다. 예전처럼 대한체육회장의 지위를 정부가 좌지우지하기 어렵다”면서 “정부가 대한체육회에 지원하는 예산으로 압박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이지만 체육계의 반발은 물론 체육 산업의 침체가 불을 보듯 뻔해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텐트가 필요 없는 서울캠핑장

이데일리

  •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
  •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김형철
  •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