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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파더스` 현행법으로도 형사처벌 가능…양육비 대지급제 필요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양소영 변호사
양육비 미지급, 아동학대 간주해 명시적 처벌규정 필요
대지급제도 도입 논의, 21대 국회에선 결실 맺어야
  • 등록 2020-05-01 오전 1:23:00

    수정 2020-05-01 오전 1:23:00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배드파더스` 공동변호인단] 지난 4·15 총선을 통해 구성된 21대 국회가 오는 30일 임기를 시작한다. 이번 국회에서는 양육비를 지급할 능력이 있지만 고의적으로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에 대해 형사처벌은 물론 운전면허 제한, 출국 금지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생존과 행복이 달린 양육비는 그 어떤 민생법안보다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배드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 사이트 명예훼손 사건 항소심도 곧 열릴 예정이다. 지난 1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법원은 공익성을 인정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찰과 법원이 양육비 문제의 무게를 생각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


양육비 미지급 아동학대, 명시적 처벌 규정 필요

양육비 미지급은 보호받는 아동을 유기·방임하는 것으로 형법상 유기죄 또는 아동복지법상 유기·방임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지난해 초 양육비를 못 받는 부모들이 상대방을 아동학대죄로 단체 고소를 했고 검찰은 이를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양육비 미지급만으로 아동을 학대했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고 비양육자는 아동의 보호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우리 민법은 부모는 자녀의 친권자로서 자녀를 보호·교양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혼할 때 부모 일방이 친권을 갖는 것으로 정했다고 해서 다른 부모의 친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친권 행사자를 정하는 것일 뿐이다.

대법원은 형법상 유기죄를 검토하면서 부부 간 부양할 의무는 법률상 보호의무에 해당하고 이는 사실혼 부부 사이에도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렇다면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부양할 의무 역시 법률상 보호 의무로 보는 것이 논리상 당연하다.

따라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는 형법상 유기죄에 해당될 수 있고 형법보다 보호 법익이 넓다고 보는 아동복지법상 유기·방임죄에도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지급능력이 있음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정, 즉 고의성이 있어야 한다.

참고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부모 중 한쪽이 아이에게 충분한 지원과 양육을 하고 있다고 해도 양육비를 미지급한 부모는 `아동 방임`(Child Neglect)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고 일리노이 주에서는 과거 소득이나 현재 생활수준에 비춰 양육비를 지급할 능력이 있음에도 실업상태를 유지하면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를 유죄로 인정한 사례가 있었다.

법무법인 숭인은 공익 소송으로, 고의적으로 재산과 수입을 숨기고 모든 제재에도 불구하고 양육비를 미지급하는 부모를 상대로 아동학대죄로 재고소를 했다. 지난해 이를 전부 불기소 처분했던 검찰이 이번에는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 아동 생존권을 위협하고 복리를 침해하는 양육비 미지급은 현행법상으로도 형사처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석상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아동복지법 등에 이를 명확히 명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양육비 대지급(代支給)제도 도입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은 대부분 양육비 대지급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아동 빈곤 예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양육비 대지급제란 양육비 채무자가 지급을 하지 않았을 때 해당 아동이 최소한의 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하는 것으로, 국가가 먼저 지급한 뒤 양육비 채무자에게 해당 금액을 회수하는 제도이다.

양육비 대지급제는 △오스트리아·에스토니아·독일·헝가리·이탈리아·스웨덴처럼 국가가 양육비를 직접 지급하거나 △프랑스·슬로바키아·벨기에 등 정부기관이 양육비를 지급하거나 △라비타·리투아니아·룩셈부르크·폴란드·포르투갈 등 양육비를 위한 특별재정을 운영하는 경우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지난 2005년 17대 국회에서부터 도입 논의가 있었고 20대 국회에서도 양육비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3차례 이상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이행관리원의 장에게 대지급을 신청하는 안(이완영 의원 대표 발의안), 양육비 확보를 위한 법률지원을 받은 후에도 채무자로부터 받지 못하는 경우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대지급을 신청하는 안(서영교 의원 대표 발의안)이 발의됐다. 지금까지 도입이 되지 않은 데에는 국가 재정부담 문제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살펴보면 가능성은 있다. 이미 보편적 복지로서 만 7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고 중위소득 52% 이하인 한부모 가정 아동에게는 양육비로 월 2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한부모 복지 예산은 2014년 약 515억원에서 2018년에 약 1020억원으로 거의 2배가 올랐다. 한부모 가정 수당, 아동수당은 모두 국가가 지급하고 끝나는 복지 예산이다. 그러나 양육비 대지급제는 국가가 지급하되 사후에 구상(求償)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구상률을 어떻게 높일지는 고민해야겠지만, 개인의 소득·지출 관련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국세청 협조를 받는다면 구상률 역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양육비 대지급제를 시행한다고 해도 당사자 간 합의된 양육비 전부를 주자는 것은 아니다. 양육비 대지급제를 시행하는 주요국들도 최소한의 생계비 보장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동안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지급한 기초생활수급이나 한부모 가정 아동 양육비, 보편적 복지로서 아동수당 등 관련 복지 예산 전체를 고려해 봤을 때 양육비 대지급제 도입을 위한 재원 마련이 불가능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형사처벌 등을 통해 개인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고 해도 이것만으로는 아동 빈곤의 공백을 다 메울 수는 없다. 결국 국가가 일정 부분 이를 보장해줘야 한다. 2005년부터 시작된 양육비 대지급제 논의가 21대 국회에서는 꼭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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