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워키의 강타자 프린스 필더, 필라델피아의 좌완 투수 콜 해멀스 등이 그들인데요. 필더는 2006년 28홈런에 이어 지난해 50개로 리그 홈런왕에도 올랐지만 67만 달러밖에 못 받았습니다. 해멀스 역시 2006년 9승8패 평균 자책점 4.08, 지난해 15승5패 3.39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도 5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각각 41만5000 달러, 40만 달러를 받은 이들이 나무랄데 없는 성적에도 소폭 인상에 그친 것은 풀타임 3년을 못 채워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조정 신청 자격이 있었다면 청문회까지 가서라도 싸워 봤을텐데 원천적으로 그럴 수가 없어 결국 구단이 제시한 연봉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풀타임 3년을 주기로 자신의 몸값을 점프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습니다. 풀타임 3년을 채운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연봉 조정신청 자격과 풀타임 6년 후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그것입니다.
결국 선수들은 풀타임 3년을 채울 때까지는 구단이 후려친 연봉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구단은 제도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선수들의 몸값을 초창기에 최대한 묶어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도의 틈새를 파고들어 새로운 계약 방식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로 풀타임 1~2년을 채운 선수들과 입도선매(立稻先賣)식으로 다년계약을 하는 것입니다.
지난해는 샌디에이고의 프린스턴 출신 장신 우완 투수 크리스 영이 풀타임 2년을 채우자마자 4년간 1450만 달러에 서명했습니다. 2006년엔 클리블랜드의 중견수 그래디 사이즈모어가 툴로위츠키처럼 풀타임 첫 시즌을 마치고 6년 2345만 달러에 사인했습니다.
풀타임 1~2년 선수들의 조기 다년 계약은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윈-윈(Win-Win)’입니다. 무엇보다 해마다 겨울이면 연봉을 놓고 벌이는, 자칫 감정싸움까지도 치달을 수 있는 신경전의 소지를 없애 버립니다.
또한 선수는 거액을 확보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운동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구단도 전도양양한 선수들을 비교적 저렴한 몸값에 장기적으로 붙잡아 놓을 수 있습니다. 더욱 구단들은 이들에 대해 플러스 1년의 옵션을 쥐고 있어 FA 연한을 채우더라도 시장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돈에 압박받지 않고 구단 운영을 할 수 있는 재정의 여지도 생기는 것입니다.
풀타임 1~2년 선수들이 거액의 다년 계약을 이끌어 내려면 대전제가 있습니다. 구단에 부상 없이 꾸준한 성적을 올릴 것이라는 신뢰를 줘야 합니다. 툴로위츠키, 크리스 영, 사이즈모어는 모두 거기에 합당해 구단도 선뜻 다년 계약을 한 경우입니다.
스캇 보라스처럼 수퍼 에이전트들은 더 큰 파이가 기다리고 있다면서 선수들을 설득해 FA가 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할 것입니다. 그래야 계약액의 5%를 받는 자기들의 수수료도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갈수록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어서 빨리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선수들의 욕망도 그만큼 커지고 있습니다.
장차는 구단과 선수가 싸우는 게 아니라, 선수와 에이전트가 계약 시기를 놓고 다투는 세상이 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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