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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등 전자제품에 쓰이는 첨단테이프업체 애니원 곽영진(52) 대표는 2007년에 회사를 창업한 후 10년 만인 지난해 매출액 790억원을 기록한 강소기업으로 키워냈다. 10일 충남 천안 애니원 본사에서 만난 곽 대표는 회사가 빠르게 성장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창업하기 전 10년 이상 사업을 위한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며 “이 기간 동안 회사 운영을 위한 철학과 롤모델 설정, 경영 로드맵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곽 대표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다. 그는 “강릉 지역이지만 바다가 보이지 않는 두메산골에서 태어났다. 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셨다. 힘든 유년기를 보낸 후 20대에는 잠시 ‘방황’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대 후반 ‘창업을 통해 돈을 벌어 사회에 공헌하자’고 마음을 굳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곧바로 창업에 착수하는 대신 취업을 선택했다. 사회생활을 통해 창업의 밑거름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30대 초반 프레스금형업체에 취업한 그는 “경영 철학을 만들자”고 다짐했다. 그 결과, 그는 △일을 즐기자 △사람 본질에 충실하자 △내가 하는 일에서 최고가 되자 등 3가지 큰 틀의 철학을 완성했다.
30대 중반에는 롤모델을 설정하는 기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일본 교세라 창업주인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을 주목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자신과 가족, 직원들과 그 가족의 물질적·정신적 풍요로움을 추구했고 나아가 회사는 이윤을 내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이나모리 회장처럼 ‘이타심’으로 회사를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이렇게 10년 이상 창업을 위한 준비를 마친 후 42세인 2007년에 양면테이프 등을 취급하는 무역업체인 인터맥스를 창업했다. 무역업을 통해 큰 돈을 번 그는 2009년에 소재 개발을 위한 연구소를 마련했고, 이듬해 공장 구축과 함께 애니원을 창업했다. 애니원 설립 직후 국내 대기업과 거래 물꼬도 텄다. 창업을 준비하는 기간이 길었던 덕에 창업 후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곽 대표는 모바일용 일반테이프에 이어 2014년 방수충격테이프를 생산했다. 이는 스마트폰 케이스와 관련, 강화글라스와 알루미늄을 붙여주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방수 및 충격을 흡수하는 기능도 한다. 이를 국내 대기업에 활발히 납품한 애니원은 2014년 매출액 102억원을 달성, 실적이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어섰다.
이후 실적은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애니원 매출액은 2015년 330억원과 2016년 425억원, 지난해 790억원이었다. 내수시장에 이어 2016년부터 화웨이 등 중국 ‘빅4’ 스마트폰 업체에도 방수충격테이프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애니원은 모바일용 방수충격테이프 분야에서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임직원수는 210여명이다.
10년 이상 창업을 준비한 덕에 10년간 안정적으로 회사를 키워낸 곽 대표는 이제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 방수충격테이프 중국 수출 물량이 크게 늘어난다. 지난해 매출액 중 약 5%였던 수출 비중이 올해 15%까지 늘어날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천안 본사 내 공장을 증설하기도 했다. 올해엔 베트남 하노이에 공장을 구축할 계획도 있다.”
한편 곽 대표는 “직원 복지까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애니원 임직원 복지재단’을 설립했다. 매년 회사 이익금 일부를 재단에 기부, 직원 자녀 학자금과 병원비 지원, 저금리 주택담보대출 등에 활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