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웜비어 '치료비' 200만弗 요구에 美서명"…트럼프 재가 '논란'

WP 보도…"트럼프·틸러슨, 조셉 윤에 서명 지시했다"
백악관 등 "인질 협상 관련 언급 않을 것" 입 다물어
트럼프 행정부 그간 "몸값 지불없다"…거짓말 논란
  • 등록 2019-04-26 오전 4:21:55

    수정 2019-04-26 오전 4:21:55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2017년 6월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사진) 송환 당시 북한 측이 웜비어의 석방 조건으로 200만달러(약 23억원)를 내놓으라고 미국 측에 요구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른바 ‘치료비 청구서’ 명목이었다. 이에 미국 측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가 끝에 이 청구서에 서명했다고 한다. 그간 미국 측은 인질 석방 때마다 ‘몸값 지불은 없다’고 선을 그어왔던 만큼, 보도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거짓말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WP가 이날 2명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베이징발(發)로 전한 보도를 보면, 2017년 6월12일 웜비어 석방을 위해 의료진 두 명과 함께 방북(訪北)했던 조셉 윤 당시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 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교섭 끝에 웜비어의 석방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튿날인 13일 혼수상태였던 웜비어를 실은 항공편이 평양에서 미국으로 막 출발하기 직전 북한 측 인사는 윤 전 특별대표에게 200만달러의 치료비 청구서를 내밀었다. 이와 관련, WP는 “북한의 성향을 감안해도, 이는 엄청나게 뻔뻔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이에 윤 전 대표는 곧바로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에게 이 사실을 전달했고, 틸러슨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중을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은 이후 윤 전 대표에게 청구서에 서명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다만, 미국 측이 실제 200만달러를 북한 측에 송금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소식통들은 WP에 “이 청구서는 재무부로 보내졌으며 2017년 말까지 미지급 상태였다”고 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친 북·미 정상회담이나 준비 과정에서 양측이 이 문제를 거론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WP는 전했다.

미국 측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인질 협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며 “그랬기 때문에 이 행정부 들어 인질 협상이 성공적이었던 것”이라고만 했다. 윤 전 대표도 “외교적 교류에 대해 확인을 해줄 수 없다”고 했다. 틸러슨 전 장관과 미 재무부 등도 WP의 논평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문제는 미국 측은 그동안 인질 석방 때마다 ‘몸값 지불은 없었다’고 공언해왔다는 데 있다. 아무리 ‘치료비 명목’이라고 해도, 또 실제 돈을 건네지 않았다고 해도, 청구서에 서명한 만큼 논란을 피해 가긴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5월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이 돌아왔을 때 “우리는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지난해 10월 터기에 장기 구금됐던 앤드루 브런슨 목사가 풀려났을 때도 같은 말을 반복했었다.

한편 웜비어는 2016년 1월 관광 목적으로 북한을 찾았다가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15년의 중노동(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웜비어는 17개월간 억류된 후 2017년 6월 혼수상태로 석방돼 미국으로 송환됐지만, 의식불명 상태 끝에 결국 엿새 만에 숨을 거뒀다. 이에 웜비어의 부모는 지난해 4월 북한 정권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으며 미국 법원은 올 1월 북한이 웜비어의 유가족에게 5억113만여 달러(약 561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미 법원은 판결문을 두 차례에 걸쳐 북한 측에 보냈지만, 북한 측이 끝내 수령을 거부해 모두 반송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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