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미래' 첨단 EUV 공정…日 수출규제에 발목 잡히나

“삼성 주력 ‘7나노 EUV’…내년 생산 여부 불확실”
"포토리지스트 공급 확정 전까지 화성 공장 멈출 수도"
"짧은 유통기한 때문에…장기 재고 축적도 어려워"
“日대체 공급처 찾기 힘들어…TSMC 추월 계획도 차질”
  • 등록 2019-07-13 오전 2:00:00

    수정 2019-07-13 오전 2:00:00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소재를 생산하는 일본 업체들이 제품 공급이 차질 없이 이뤄질 지 자신할 수 없다고 했다.

첨단 극자외선(EUV)용 포토리지스트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일본 도쿄오카공업, 신에츠케미컬, JSR 등 3대 업체는 “삼성전자에 대한 수출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인지 불투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화성 EUV 전용 생산라인 가동이 지연되고, 대만 TSMC를 따라잡겠다는 계획도 어그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日기업 “對삼성 수출, 어떻게 될 지 몰라”

도쿄오카공업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닛케이아시아리뷰에 “일본 정부의 수출통제 강화로 삼성전자의 (화성) EUV 생산라인이 내년 가동될 것인지 아직 확실하지가 않다”고 밝혔다. JSR은 벨기에 공장을 통한 공급을 검토하고 있지만 “일본의 원천 기술이 포함돼 있어 납품이 가능한지 불분명하다”고 토로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반도체 웨이퍼를 제작할 때 사용되는 ‘포토리지스트(감광액)’,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의 제작에 사용되는 ‘플루오드 폴리이미드’ 등 3개 반도체 소재를 수출통제 품목으로 확정했다.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EUV용 포토리지스트도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EUV는 초정밀 회로 생성이 가능한 차세대 기술로, 현 시점에서는 가장 진보한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을 적용한 공정 도입을 위해 6조 5000억원을 투자했다.

3개 수출 품목에 대해 3년 동안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포괄심사’ 대상에서 수출계약마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 ‘개별심사’ 대상으로 분류한 것도 일본 기업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일본에서만 제품을 생산하는 신에츠는 “수출 승인까지 90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日수출통제, 삼성 ‘7나노 EUV’ 직격탄”

애플, 화웨이, 퀄컴, 엔비디아 등은 5G,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과 같은 신기술을 개발할 때 반도체 칩을 필요로 한다. 주로 대만 TMSC 또는 삼성전자에게 “설계대로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위탁해 생산한다. TSMC는 애플과 화웨이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퀄컴과 엔비디아는 TSMC와 삼성전자 모두에게 제작을 맡기고 있다.

이처럼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은 사실상 2강 체제나 다름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 TSMC를 제치고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내년부터 7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에 EUV 기술을 도입하고,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화성에 EUV 전용라인을 건설하고 내년 가동을 전제로 수주에 총력을 기울였다.

TSMC가 먼저 7나노 공정을 도입했지만 삼성전자의 7나노 EUV 공정이 더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만큼 삼성전자는 가감 없이 자신감을 드러냈다. 라인 구축이 완료되면 TSMC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로부터 포토리지스트를 공급받지 못하면 라인 가동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고 닛케이는 내다봤다. 포토리지스트는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표면에 회로 패턴을 그리는 노광 공정에서 필름 역할을 하는 필수 소재다. EUV용은 일본 외에는 대체재가 없고 단기간에 국산화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한 소식통은 “삼성전자의 최첨단 반도체 칩 생산 데뷔가 지연될 수 있다.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내년부터 가동시키려고 했던 EUV 공정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日대체 공급처 찾기 힘들어…TSMC 추월 계획도 차질”

가장 큰 문제는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일본을 대신할 공급체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대체 공급처를 찾는 게 아예 불가능하진 않다”면서도 “하지만 칩 설계부터 제조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테스트해야 하기 때문에 1년은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부문에서 대만 TSMC를 제치려는 계획은 물론, 내년 신규 스마트폰 출시 등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마크 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대체 EUV 포토리지스트 공급처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울 뿐더러 시간도 촉박하다”면서 “일본의 수출통제가 신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신규 스마트폰 프로세서 칩 생산 능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가장 진보된 칩 생산 기술을 선보이고 TSMC 점유율을 끌어내리려는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고 확보가 확실해질 때까지 삼성전자가 EUV와 관련된 칩 개발을 보류해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하지만 닛케이는 “EUV용 포토리지스트는 짧은 유통기한 때문에 재고 확보가 어렵다. 한 번 개봉하면 수주 안에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에 대규모 물량을 오랜 기간 보유할 수 없다”고 전했다. 확실한 공급라인 확보만이 살 길이라는 얘기다.

한편 지난 7일 긴급하게 일본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여전히 일본에 머물며 해법 모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1일 이 부회장이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등 3대 대형 은행 간부와 면담했다고 보도했다. 이 부회장은 거래처인 제조사 관계자와도 접촉해 향후 대응을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사진=AFP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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