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신상공개' 디지털교도소, 배드파더스·강남패치와 다를까

'범죄자 신상 공개해 응징' 디지털교도소 논란
양육비 미지급자 공개 배드파더스 '무죄' 사례와 차이는
명예훼손 처벌 가능성...허위일 경우 형량 더 무거워
  • 등록 2020-07-11 오전 12:20:26

    수정 2020-07-11 오전 12:20:26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강력범죄자·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를 게재하는 웹사이트 ‘디지털교도소’. 여러 범죄 혐의자의 신상정보를 온라인에 ‘박제’한 운영자가 법정에 선다면 명예훼손죄로 갇힐까 풀려날까.

교도소 사진(위, 사진=이미지투데이)과 디지털교도소 웹사이트 캡처.
지난달 공개한 디지털교도소는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거래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 ‘n번방’과 같은 성범죄물 대화방을 운영한 이들, 연쇄집단 성폭행, 살인, 폭행치사 등 악명 높은 범죄 혐의자들의 사진과 실명, 나이, 범죄 내용은 물론 연락처, 거주지 주소까지 공개했다.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였던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폭행 및 가혹행위를 한 가해자로 최근 지목된 이들, 아파트 주민이 폭행 폭언으로 경비원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건과 여행용 가방에 의붓아들을 가둬 숨지게 한 피의자 등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대상자들의 신상도 거침 없이 공개했다.

대상은 사이트 운영자가 자체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경찰·검찰 기준에 따라 신상이 공개된 이들이 아닌 경우가 다수다.

성범죄와 같은 강력범죄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범죄의 경우 국민들의 기대수준보다 범죄 형량이 낮고 신상공개 결정대상도 한정적인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다. 디지털교도소는 정의를 실현한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신상공개로 사회적 심판 받아야”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는 “대한민국의 악성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해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려 한다”며 “범죄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처벌, 즉 신상공개를 통해 피해자들을 위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위법이라는 점은 인지한 듯 스스로를 “‘사실적시 연쇄 명예훼손범’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JTBC인터뷰에서 밝혔다.

또 웹사이트 내 공지를 통해 “동유럽권 국가 벙커에 설치된 서버에서 강력히 암호화되어 운영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가 100% 보장되기에 마음껏 댓글과 게시글을 작성해주시면 된다”고 주장해 강력범죄자들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독려했다. 국내 수사당국이 디지털교도소 운영자와 이용자의 소재를 찾기 어렵다는 자신감의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

디지털교도소 웹사이트에 게재한 범죄 피의자 신상.(사진=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그러나 서버가 해외에 있더라도 한국인의 범죄 혐의에는 우리 법을 적용받게 되므로 신상공개나 비방 댓글은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허위사실일 경우보다는 형량이 낮지만 사실을 쓴 경우도 마찬가지다.

앞서 개인신상정보를 자체 기준에 따라 웹사이트에 게재했지만 처벌받지 않은 전례는 있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아버지의 신상을 공개해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 모씨는 지난 1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일반인의 신상정보를 사이트에 공개한 구씨에게 검찰은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다.

이후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공익목적이었다는 구씨 주장을 배심원단 7명 전원과 재판부가 인정하면서 무죄가 선고됐다. 1심 재판부는 “법원이 적법하게 판단한 증거들로 살펴볼 때 비록 고소인 5명에 대한 신상공개를 온라인에 게재했어도 악의적인 글, 즉 비방의 글, 모욕적인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며 비방이 아닌 양육비 문제 해결이라는 구씨의 주장을 인용했다. 다만 검찰이 원심판결에 불복한다는 취지로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열릴 예정인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결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배드파더스, 강남패치 사례 보니...비방성·사실여부 쟁점

또 배드파더스의 사례와 다르게 디지털교도소는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뿐만 아니라 자세한 사건 설명, 또 비방 댓글을 독려했기 때문에 법적 판결은 다를 수 있다.

디지털교도소가 게재한 일부 사건은 아직 수사 중으로, 정보가 공개된 인물도 피의자가 아닌 사건의 용의자인 경우도 있다. 억울하게 신상공개 피해를 받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논란이 된 사건을 담당한 판사들의 정보도 공개되어 있는데 이들 역시 범법자가 아니기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

사진=‘배드파더스’ 사이트 캡처
과거 소셜 미디어에서 일반인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강남패치’, ‘한남패치’ ‘오메가패치’ 등 ‘○○패치’라고 이름 붙인 계정이 우후죽순 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사례에 비추어보면 ‘공익성’이라는 점이 인정되려면 비방성을 배제하고 허위사실 유포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난 2016년 ‘강남패치’, ‘한남패치’ 등의 계정 운영자들은 ‘성매매나 성폭력을 저지른 남성을 고발한다’,‘유흥업소에서 돈을 번 것을 숨기고 제2의 인생을 신다’, ‘학교폭력을 저질렀다’ 등의 이유로 일반인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그러나 법적 기준이 아닌 자체 공개기준에 따라 공개하다보니 점점 정보 공개 대상이 모호해졌고 불특정인의 신상을 폭로하는 ‘찌라시’처럼 됐다.

결국 운영자들은 명예훼손으로 재판에 회부됐다. 대표적으로 ‘강남패치’ 운영자 정모씨는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 피해자들과 합의하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보호해야 하지만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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