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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성폭행한 남성과 결혼하겠습니까?”

印 재판부, 성폭행 혐의 피고에 피해자와 결혼 제안으로 논란
국내 사법부도 비슷한 전례 있어
시민사회 "재판부, 피해자 2차 방지대책 마련해야"
  • 등록 2021-03-06 오전 12:15:40

    수정 2021-03-06 오전 12:15:40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인도 대법원이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에게 “피해자와 결혼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더힌두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샤라드 봅데 인도 대법원장과 아지쿠티라 보판나 대법관, 라마수브라마니안 대법관으로 구성된 재판부는 1일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보석을 신청하기 위해 출석한 피고인에게 “우리가 당신에게 강요하는 건 아니다”라며 “피해자와 결혼하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이어 “해당 여성과 결혼하지 않을경우 감옥에 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 제안에 피고인은 “처음에는 (피해자에게) 청혼했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과) 결혼한 상태”라며 “결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인 피고인은 2014~2015년 먼 친척인 피해자(당시 미성년자)를 스토킹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사건을 공개하면 얼굴에 염산을 뿌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사건 충격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가족의 도움으로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재판부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성인지 감수성 부족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도 누리꾼들은 “우리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 “왜 피해자가 강간범과 결혼해야 하냐. 이걸 제안한 판사가 누구냐”, “당신 딸이면 결혼을 시키겠느냐”, “정말 황당한 발언이다”, “저런 사람들이 대법관이라니”, “남은 피해자 인생은 누가 보상해주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기왕 버린 몸이니 짝을 지어주자”

남의 나라 일이라고 욕할 게 아니다.

우리나라 재판부는 성폭행 혐의를 받는 피고인과 피해자를 법정에서 약혼까지 시켰다.

1973년 정모(17)군은 평소 짝사랑하던 이모(17)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 재판부는 “그럴 게 뭐 있느냐? 기왕 버린 몸이니 오히려 짝을 지어 주어 백년해로시키는 게 좋겠다”며 피고인과 피해자 부모를 설득해 법정에서 약혼식을 치르게 했다.

“아직도 성인지 감수성 부족하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인들은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을 받고 성인지 감수성을 배제한 사법부 판결은 엄청난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여성폭력 사건 재판 104건을 참관한 경남여성단체연합 인권위원회는 여전히 재판에서 피해자의 상처를 키우고 가해자에겐 면죄부를 주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초범이나 심신미약 등을 이유로 최저 형량에도 못 미치는 형량이 선고되고 있고, 아직도 가해자 변호인이 피해자에게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않았느냐며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고 비판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은 지난해 12월 “판사는 재판 진행 중 피고 또는 변호인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발언을 즉각 제지해야 한다”며 “재판부는 재판 중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는 법정에서 일어나는 2차 가해 예방 위해 재판부의 성인식 개선을 위한 적극적 대책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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