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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철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관은 지난 13일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의 보조적 검사방법인 자가검사키트를 활용, 검사를 대폭 확대해 방역을 강화하고자 한다”면서 이같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노래연습장 등 유흥시설에 자가검사키트를 시범도입한다는 당초 계획을 철회하고, 집단감염이 빈번했던 콜센터와 물류센터로 방향을 선회한 것입니다. 이번 시범사업은 단순히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을 이끌어내고, 그 성과를 서울시가 가져가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콜센터는 희망 사업장 291개소 2만3516명이 시범사업에 참여합니다. 이는 서울시내 콜센터의 36%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물류센터는 서울복합물류센터 내 18개 센터 근무자 6200여명이 참여합니다. 서울시내 물류센터의 63%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매일 근무자가 바뀌는 사업장 특성을 고려해 현장에서 근무 전 자가검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지게 됩니다. 현장 자가검사는 근무장소와 분리되고 자연환기가 잘 되는 공간에서 시행할 예정입니다. 양성자가 발견되면 방역책임관에게 보고 후 즉시 보건소에서 검사받도록 조치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자가검사키트가 조건부로 도입되는 기간에는 방역수칙 완화 등과 연계하지 않습니다. 임상적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현행 방역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서울시는 고위험 시설에 대한 주기적인 검사로 집단감염을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검사 신뢰도가 낮아 방역 체계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의료전문가들의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미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지난 1월 입원환자 98명을 대상으로 항원검사의 민감도를 조사한 결과 17.5%에 불과했습니다. PCR 검사 민감도가 80~90%인 점을 감안하면 큰 차이를 보입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지난해 12월 진행한 검증에서도 민감도는 29%로 낮았습니다. 진단검사의 민감도가 낮으면 코로나19 감염자가 음성으로 진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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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말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서 소개된 영국 버밍엄대학교의 연구결과도 국내 조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버밍엄대 연구진이 지난해 12월 무증상 대학생 7189명을 대상으로 자가검사 방식의 신속항원 검사를 진행한 결과 양성은 2명. 하지만 7189명 가운데 72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PCR 검사를 실시한 결과 6명이나 양성으로 나왔습니다.
홍기호 연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무작위 추출 PCR 결과에 따라 이 학생들의 유병률을 약 0.86%로 가정한 후 이 유병률을 7000명에 대입해보니 약 62명의 양성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2명만 항원 양성이 나왔으니 무증상자, 자가검체, 신속항원검사 조합의 민감도는 3%라는 게 저자들의 결론”이라며 “0을 한 게 빼먹은 게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는 현재 기숙학교에도 자가검사키트를 도입하는 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습니다. 도입이 확정될 경우 콜센터, 물류센터에 이어 기숙학교로 순차적 자가검사키트 시범도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콜센터와 물류센터에서 시행하는 시범사업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해 보이는데요. 서울시가 이번 사업으로 정확도가 낮은 자가검사키트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