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권장,산전 기형아검사 사실은 '돈벌이 수단'

고령 산모 증가로 기형아 위험 커지며
NIPT 시장 2년새 10배 성장…4500억 규모
'태아 유전질환' 합법 낙태 사유 안 돼
  • 등록 2017-02-08 오전 5:00:00

    수정 2017-02-08 오전 5:00:00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산전 기형아검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업체와 일부 의사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라 비용은 비싼 반면 현행법상 태아의 유전질환 여부는 인공임신중절(낙태)수술의 대상이 아니고 유전질환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마땅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산모들의 불안감만 조장한다는 비판이다.

최근 산전 기형아검사 시장에서 NIPT(니프트. 비침습적 태아 검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기형아 여부를 알기 위해 쿼드검사나 양수검사를 해야 했다. 쿼드검사는 혈액 속 알파태아단백, 융모성선자극홀몬, 비결합에스트리올, 인히빈A 같은 임신과 관련해 생성되는 물질의 양을 가지고 기형아 유무를 선별하는 검사다. 양수검사는 바늘로 양수를 채취해 기형아 여부를 진단하는 검사다.

쿼드검사는 정확도가 떨어지고 양수검사는 유산이나 감염의 위험이 있다. 니프트는 혈액을 채취하는 것은 쿼드검사와 같지만 임신부의 혈액으로 흘러 나온 태아의 DNA를 분석해 다운증후군, 에드워드증후군, 파타우증후군, 클라인펠터증후군, 터너증후군 등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질환을 검사한다. 쿼드검사가 임신 16주에 하는데 비해 니프트는 임신 10주면 검사가 가능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4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니프트 시장 규모가 2년만에 10배 이상 커져 450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초기에는 해외 업체에 분석을 의뢰하는 수준이었지만 국내업체도 뛰어들면서 현재는 녹십자지놈(G니프트), 보령바이오파마(더맘스캐닝), 휴먼패스(아리아니프티), 랩지노믹스(084650)(앙팡가드), 마크로젠(038290)(패스트), 지놈케어(제노맘), 이원다이애그노믹스(베리파이) 등 7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업체들은 정확도가 99.9% 이상으로 기존 쿼드검사보다 정확하고 양수검사보다 덜 위험하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비용은 80만~100만원으로 양수검사(약 80만원)나 쿼드검사(4~5만원)보다 비싸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아이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알게 돼 안전한 분만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병원 수익을 늘리려는 ‘새로운 비급여 항목’으로 자리잡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니프트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양수검사를 하면 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양수검사를 줄일 수 있다’고 홍보한다. 이 전문의는 “양수검사도 정확도가 99%라고 얘기하지 않는다”며 “업체의 주장대로라면 양수검사보다 더 정확하고 안전한 검사를 받은 뒤 덜 정확한 양수검사로 넘어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전검사에서 기형아가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온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산모가 취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매우 드물다. 현행 모자보건법 상 인공임신중절(낙태)이 가능한 경우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연골무형성증, 낭성섬유증, 그 밖의 유전성 질환)이 있는 경우 △ 본인이나 배우자가 전염성 질환(풍진, 톡소플라즈마증 등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높은 전염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한 임신인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 임신인 경우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태아에서 심각한 유전적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 낙태를 허용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아직 법으로 허용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산전검사에서 기형아가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오면 많은 임신부가 낙태를 선택하고있다. 실제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낙태 관련 토론회에서 김형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한해 17만건의 인공임신중절수술이 시행되며 이중 95%가 불법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니프트와 양수검사 모두 ‘확진’이 아니라 ‘선별검사’로 아이가 태어나서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속단할 수 없다”며 “하지만 섣부른 판단과 불안감으로 낙태가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아의 유전적 결함 때문에 낙태를 선택하는 산모를 비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유정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애드워드증후군이나 파타우증후군의 경우 출생 후 1년 이내 사망률이 90% 이상”이라며 “기형아를 위한 사회적인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출산을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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